이미지 크게보기 추석 연휴 특별 경계 근무에 들어간 도봉소방서 119안전센터 소방관들이 비상 출동을 하기 위해 소방차에 탑승하고 있다. 김낙중기자 sanjoong@munhwa.com

“어떡하죠. 아기가 경기를 일으켰어요.”

서울 송파구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소아응급센터 진료실. 생후 2개월 된 민규를 품에 안은 장모(32)씨의 얼굴은 수심으로 가득했다. 유정민(37·소아과) 소아응급센터 교수는 청진기를 귀에 꽂고 아기를 조심스럽게 살폈다. “별다른 이상은 없는데, 상태를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가끔 아기들은 경기를 하니 안심하세요. 만약 한 번 더 경기를 하면 검사를 받아 보도록 하지요.” 설명을 들은 장씨는 그제야 마음이 놓인 듯 숨을 깊게 내쉬었다.

종합병원 응급실은 추석 연휴가 돼도 문을 닫지 못한다. 병의원들이 쉬는 탓에 연휴 기간에는 오히려 발 디딜 틈이 없다. 서울아산병원 소아응급센터의 경우 찾아오는 환자가 평일에는 70여명 정도지만 연휴 기간에는 200명으로 세 배 가까이로 급증한다. 아이들 울음소리, 초조한지 서성거리는 보호자들, 동분서주 뛰어다니는 간호사들로 그야말로 연휴 때마다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이번 추석에도 응급실 ‘스탠바이(stand-by)’입니다. 하지만 아픈 아이들이 우리를 필요로 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섭섭하지는 않아요. 그래도 명절 연휴 기간에 한복 예쁘게 입고 고향에 가는 또래들을 보면 부럽기는 하지요.” 올해 추석 연휴에도 고향에 가지 못하는 정지하(26) 간호사는 사명감과 아쉬움이 겹친 표정으로 살짝 미소를 지었다. 서울아산병원 소아응급센터에서 근무하는 의료진 26명 중 24명은 이번 추석 연휴 기간에도 돌아가면서 당직을 한다. 토요 근무까지 겹친 정 간호사는 토요일인 10일부터 13일까지 나흘 중 3일을 나와야 한다.

유 교수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운이 좋아 이번 추석 연휴에는 10일 토요일에만 근무를 하게 됐다. 그는 “추석 당일 날 아침 일찍 고향인 대구에 내려가 부모님께 인사를 드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아산병원은 휴일엔 다른 병원에서 암 치료를 받는 환자들이 문을 두드리기도 한다. 암 환자의 경우 혈압이 갑자기 떨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백혈병을 앓고 있는 성현(11)군도 최근 혈압이 떨어지자 수원에서 서울까지 한달음에 달려왔다. 이런 탓에 서울아산병원 소아응급센터에선 성현군 외에도 유잉육종 등의 중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이 침상을 지키고 있었다.

명절 연휴 중에는 급성 배탈이나 안전사고 환자가 많이 발생한다. 또 민족의 대이동이 이뤄지다 보니 교통량이 급증하면서 교통사고 환자도 평소보다 많이 발생한다. 유 교수는 “생명이 위급한 환자에게 ‘연휴니까 기다려 달라’고 말할 수는 없다”면서 “아픈 사람을 돌봐야 하는 우리들 직업의 숙명”이라고 말했다.

박준우기자 jwrepublic@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