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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평(3.3㎡) 남짓한 쪽방에서 빈곤과 싸우고 있는 쪽방촌 사람들의 친구가 돼 주세요.”

윤승걸(42) 전국쪽방상담소협의회장은 최근 추석을 앞두고 경북·대구지역 쪽방 거주자들과 함께 안동의 한 과수원을 방문했다. 대구 쪽방상담소와 협약을 맺은 이 과수원에서 쪽방 거주자들은 직접 사과를 따서 포장했다.

윤 회장은 “추석을 맞아 쪽방상담소 후원자들과 봉사단체 등을 상대로 사과를 판매하고 있다”며 “기본적인 생활환경 개선뿐만 아니라 일자리 사업을 통해 궁극적으로 쪽방 거주자들의 자립을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윤 회장은 “쪽방촌은 비주택 거주자인 극빈층이 노숙인으로 전락하기 직전에 머무는 곳”이라며 “자활사업을 통해 이들이 쪽방촌을 벗어나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쪽방상담소는 전국 10개 지역에서 현재 10년째 쪽방 거주민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

윤 회장은 최근 쪽방을 벗어나 새 삶을 꾸리고 있는 한 부부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대구의 쪽방촌에서 만나 지난해 결혼한 이들은 지난 8월26일 대구 쪽방상담소에서 첫아이의 돌잔치를 벌였다. 이들은 쪽방상담소가 진행 중인 원룸매입임대사업을 통해 쪽방촌에서 벗어났다.

자포자기 상태에서 근로 의욕을 상실한 채 무직자로 하루를 살던 이들 부부는 현재 공공근로사업에 나가고 있다. 비록 여전히 빠듯한 살림이지만 희망 없이 절망감만 가득했던 과거와는 다른 삶을 살고 있다.

윤 회장은 “이들 부부의 사례는 쪽방촌 주민들에게 희망 그 자체”라며 “이 같은 성공사례를 계속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쪽방촌에 대한 시민사회의 보다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 회장은 “쪽방이라는 공간에 살고 있지만 이곳 사람들은 사실상 홈리스에 속한다”며 “정부 지원도 필요하지만 민간 차원의 도움이 매우 절실하다”고 말했다.

그는 “쪽방촌을 처음 방문한 봉사자들은 ‘우리 사회에 이렇게 열악한 곳이 있는지 몰랐다’고 깜짝 놀란다”며 “쪽방촌의 소외된 이웃들에 대한 작은 관심 하나만으로도 삶을 이어갈 위안을 얻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윤정아기자 jay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