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경기 남양주시 진접읍에 있는 아욱 재배용 비닐하우스에서 김기문씨가 지난 7월 말 수해로 인해 고르게 자라지 못한 아욱잎을 잘라내고 있다.

“지난 7월 수해의 아픔을 딛고 이번 추석에 아욱을 다시 수확할 수 있게 돼 무엇보다 기쁩니다.”

지난 6일 아욱이 무성하게 자란 경기 남양주시 진접읍 내곡리 비닐하우스 밭에서 만난 김기문(54)씨에게 올 추석은 특별하다. 김씨는 지난 7월 말 집중호우로 7500㎡에 달하는 아욱 재배용 비닐하우스 12개동이 물에 잠기는 바람에 수확을 앞두고 있던 아욱을 모두 갈아엎어야 했다. 김씨는 “지난 7월26일 밤 600㎜가 넘는 호우가 쏟아지면서 비닐하우스 인근 영서천이 범람해 비닐하우스들이 순식간에 물에 잠겼다”며 “이틀 동안 물이 빠지지 않아 물에 약한 아욱이 물러지거나 썩는 피해를 입었다”고 말했다.

아욱은 김씨에게 연간 5000여만원의 소득을 안겨주는 효자작물이었다. 그런 아욱밭을 하룻밤 사이에 잃어버린 김씨의 절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컸다. 보상금도 200여만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는 좌절하지 않았다. 양수기 10여대를 동원, 하우스의 물을 빼낸 뒤 대형 선풍기로 갈아엎은 땅을 건조시키고 트랙터로 흙을 고르는 작업을 10일 동안 쉬지 않고 해냈다.

8월10일에는 하우스 4개동에 속성재배가 가능한 열무를 심었고, 15일에는 하우스 5개동 밭이랑에 파종기로 아욱 씨앗을 뿌렸다. 나머지 3개동에는 8월27일에 아욱을 파종했다.

10년 전만 해도 아욱은 봄과 겨울에 두 차례 심는 이모작 작물이었지만, 요즘은 이상기온으로 꽃이 일찍 펴 1년에 세 번 파종하고 수확하는 삼모작 작물이 됐다. 땅은 정직했다. 김씨가 밤낮을 잊고 땀 흘려 아욱밭을 가꾼 결과, 처음 파종한 아욱이 지금은 30~40㎝ 크기로 훌쩍 자라서 하루 평균 120㎏(300단)의 수확을 앞두고 있다.

김씨는 “농약 한번 치지 않은 친환경 아욱들이 병충해 없이 잘 자라주어 너무 고맙다”며 “아욱 덕분에 이번 추석을 행복하게 지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아욱은 손이 많이 가는 작물이다. 김씨는 “동트기 전 아욱잎을 잘라내는 일을 시작해 아욱을 다듬어 묶고 아욱단에 자주 물을 주어야 싱싱한 상태로 판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요즘에는 인부를 구하기도 어려워 직접 아욱을 재배하는 김씨는 지난 2004년 가구공장일을 그만두고 장인어른이 농사 짓던 이 밭을 가꾸면서 아예 귀농해 버렸다.

내곡리 일대는 지하수가 풍부해 지열로 난방을 조절하고 수분을 좋아하는 아욱을 재배하기에 적합한 곳이었다. ‘오채(五菜)의 으뜸’으로 불리는 아욱은 단백질과 지방, 칼슘, 무기질이 풍부해 학교급식과 병원 식사용으로 단연 인기다.

어린이 성장과 환자회복에 효능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내곡리에는 김씨를 비롯한 15개 농가가 작목반을 편성해 아욱을 재배하고 있다.

김씨는 “수해가 너무 커 농사를 그만둘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초심으로 돌아가 일을 다시 시작했다”며 “다시는 지난 여름 같은 수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시가 영서천 주변 난개발을 억제하고 하천 준설을 서둘러 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남양주 = 글·사진 오명근기자 om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