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복잡한 출근길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1일 오전 승용차에 탄 채 사퇴를 촉구하는 시위대와 이를 막는 경찰 및 취재진 사이를 뚫고 서울 종로구 신문로 교육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김호웅기자 diverkim@munhwa.com

교육감 선거 후보 단일화 대가로 박명기 서울교대 교수에게 거액을 건넨 의혹을 받고 있는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1일 “막중한 책임감으로 교육감 직을 수행하겠다”며 공개적으로 ‘버티기’를 선언했다.

곽 교육감이 그간의 긴 침묵을 깨고 당초 8일로 예정됐던 월례조회를 1주일이나 앞당겨 이날 열 것을 지시한 뒤 이 자리를 통해 ‘작심’하고 버티기를 공개 선언함으로써 항간의 ‘사퇴 고민’ 등 추측을 일축하고 ‘정면돌파’를 택한 것이다.

곽 교육감의 버티기 선언은 당초 ‘용퇴’ 목소리까지 나왔던 진보진영 내부에서 사퇴론에 제동을 걸고 그에 대한 힘 실어주기 행보가 노골화하는 것과 맞물려 나온 것으로, 이번 사안을 또다시 ‘보혁 대결’ 구도로 몰고 가려는 의도를 가진 것으로 해석된다.

곽 교육감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신문로 서울시교육청 11층 강당에서 열린 월례조회 인사말에서 “이번 사태의 진실이 무엇이든 저로 말미암아 심려를 끼치게 돼 죄송스럽다”면서도 “교육감 직을 수행함에 있어 더욱 막중한 책임감과 신중함으로 임하겠다”며 교육감 직에서 사퇴할 의사가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곽 교육감은 “나는 이미 총체적인 진실을 이야기했다”며 후보 단일화와 상관없이 ‘선의’로 박 교수에게 2억원을 줬다는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곽 교육감은 나아가 “오늘 이 자리에서는 지금 제 안에서 꿈틀대는 많은 말들을 접겠다”며 수사과정에서 드러난 여러 혐의점들에 대한 ‘억울함’을 우회적으로 항변하기도 했다.

곽 교육감은 약 7분 정도의 인사말을 마친 뒤 바로 강당을 나섰다. 곽 교육감은 하루 전인 31일 반일 휴가를 낸 뒤 변호인 등의 조력을 받아 자신이 박 교수에게 건넨 돈이 대가성 없는 ‘선의’의 지원이라는 점을 법정에서 입증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곽 교육감은 31일 변호인으로 선임한 김칠준 변호사와 함께 검찰 수사에 대비해 준비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곽 교육감의 ‘버티기’ 결정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은 진보진영의 달라진 분위기와 흐름이다. 진보진영은 비리 척결과 개혁의 아이콘으로 부상했던 곽 교육감이 뒷거래 의혹으로 낙마하면 ‘깨끗한 진보, 부패 보수’의 프레임을 더 이상 활용하기 어렵고 내년 총선과 대선 승리도 어렵다는 공감대 속에서 곽 교육감 힘 실어주기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보수적인 성향의 교육·교원·시민단체에서는 물론 일부 진보단체 내에서조차 법정에서 곽 교육감의 혐의가 입증돼 유죄판결이 나올 경우 그의 버티기는 진보진영 전체의 이미지를 흠집내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강버들기자 oise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