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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장마가 끝나는가 싶더니 중부지방에는 집중호우가 이어졌다. 좁은 지역에 많은 양의 비가 연일 이어지는 형태의 강수는 이전에 보기 힘들었던 것이다. 기상이변이 아니라 한반도 기후 자체가 변화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허창회(지구환경과학) 서울대 교수, 박선기(환경공학) 이화여대 교수가 5일 서울 중구 충정로 문화일보에서 최근 이상기후에 대해 긴급 토론을 벌였다.

허 교수는 “극한의 이상기후가 나타나는 것 자체가 기후변화”라고 주장했고, 박 교수는 “이번 폭우의 경우 올해 특수한 기압 배치에서 벌어져 기후변화의 징후로 보기엔 아직 무리가 있다”고 반박했다. 기후변화를 보는 입장은 달랐지만 두 교수 모두 “앞으로 극한 날씨는 더 많아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 박선기 교수(이하 박) = 이번 폭우를 아열대성 스콜로 보는 시각이 있지만 둘은 생성 원리가 다르다. 스콜은 뜨거워진 땅에서 대류한 공기가 구름으로 바뀌어 내리는 비다. 중부지방 집중호우는 덥고 습한 북태평양 고기압이 차가운 북쪽 공기와 부딪히고, 기압골을 통해 수증기가 계속 유입되며 발생했다. 비가 연일 이어진 것은 북동쪽에 고기압이 버티고 있어 비구름이 빠져나가지 못한 탓이다.

▲ 허창회 교수(이하 허) = 아열대화는 아니다. 다만 현재 세계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었던 ‘한국형 강수 패턴’이 나타난 것은 사실이다. 올해 폭우의 원인이 된 기압 배치는 당분간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또 여름철 강수 패턴은 꾸준히 변하고 있다. 1980년대 이전에는 6월말~7월말 1차 장마와 8월 중순~9월 중순의 2차 장마 사이 간격이 20일 정도였는데 80년대 이후 보름 이내로 줄었다. 2000년대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줄어 지금은 간격이 거의 없다. 장마가 끝나도 비가 계속 오는 형태다. 8월 강수량도 상당히 증가했다. 중위도 기후였던 우리나라에 폭우와 폭염 등 열대기후 특성, 겨울철 한파 등 한랭기후 특성이 뒤섞여 나타나고 있다. 어느 한 방향으로 변한다고 이야기하긴 어렵지만, 이전에 볼 수 없었던 극한 기후가 섞여 나타나는 것 자체가 기후변화라 볼 수 있다.

▲ 박 = 기후변화로 보려면 일관된 추세가 나타나야 하는데 아직 그런 식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어느 해에는 장마철에 비가 많이 오고, 어느 해에는 비가 적게 온다. 평균값의 지속적 변화를 기후변화의 과학적 정의로 본다면, 극한 날씨는 일시적 변동에 가까울 뿐 기후변화라 보기 어렵다.

▲ 허 = 집중호우가 매년 이어질 거라고 말하긴 어렵지만 강수 패턴이 바뀌고 있기 때문에 언제든지 올해 같은 폭우가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방재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 과거 30년 동안 어느 지역에서 어떤 극한 날씨가 나타났고, 이로 인해 어떤 피해를 입었는지 정리한 ‘재해 지도’를 만들어 준비해야 한다.

▲ 박 = 맞는 말이다. 올해 집중호우가 100여년 관측 사상 처음이라는 이야기를 하지만, 그 말은 이런 호우가 앞으로 또 100여년이 지나야 나타난다는 뜻이 아니다. 앞으로도 집중호우의 빈도수는 더 많아질 것이다. 한 번이라도 재해를 입은 지역은 언제라도 올해 같은 호우가 올 수 있다고 생각하고 대비해야 한다. 방재시스템의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

강버들기자 oiseau@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