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서울아산병원은 지난 2006년 6월 국내 병원 중 최초로 1명의 암 환자를 대상으로 관련 전문의들이 모두 모여 치료 방향을 결정하는 통합진료 시스템을 도입,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사진은 지난 12일 서울 송파구 풍납동 병원 암센터에서 전문의들이 한 폐암 환자(오른쪽 뒷모습)와 보호자(왼쪽 뒷모습)를 상대로 환자의 영상 기록을 보며 통합진료를 하고 있는 모습. 왼쪽 안쪽부터 시계반대방향으로 송재우 영상의학과 교수, 김용희 흉부외과 교수, 김상위 종양내과 교수, 정유리 방사선종양학과 전공의, 김우성 호흡기내과 교수, 최은경 방사선종양학과 교수. 신창섭기자 bluesky@munhwa.com

서울아산병원에 암 환자들이 몰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의료계는 서울아산병원의 많은 병상 수와 최신 의료기기 등과 같은 ‘하드웨어’, 그리고 수준 높은 의료진의 역량과 환자 맞춤형 통합진료 시스템 등 ‘소프트웨어’의 결합을 그 비결로 보고 있다. 지난 2009년 5월 개소한 서울아산병원 암센터는 770병상으로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에 따르면 서울아산병원은 한국인이 많이 걸리는 10대 암 중 대부분에서 수술 건수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실제로 1년에 1만건 안팎의 암 수술이 이뤄지고 있는데, 이는 국내 암 수술의 1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병원 측은 이 같은 높은 수술 성적을 시스템적으로 뒷받침해 주는 ‘통합진료’를 서울아산병원만의 최대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암 환자에 대한 의료진의 통합진료를 통해 획기적으로 치료 기간을 단축시키는 것은 물론, 최적의 치료 방법을 찾아내고 있다는 것이다.

◆통합진료 시스템 확립 = 서울아산병원이 지난 2006년 6월 국내 병원 중 처음 도입한 통합진료 시스템은 이제는 병원 암센터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미국 MD 앤더슨 암센터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암센터에서 차용한 모델이 뿌리를 내리기까지는 여러 시행착오도 있었다. 의료진들이 이 시스템의 장점을 믿고 적극 협력한 것이 제도가 정착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게 병원 측 설명이다.

통합진료는 다른 병원에서 시행하고 있는 ‘협진’과는 개념부터 다르다. 협진 시스템은 의사가 환자의 치료계획에 대해 다른 진료과 전문의에게 의견을 구한다. 이 시스템은 각 의사들이 환자를 진료하는 시간과 공간이 다르기 때문에 의사들의 판단이 서로 다를 수 있다. 하지만 통합진료는 환자를 놓고 의사들이 같은 시간과 장소에서 치료계획을 수립한다. 환자들이 이 의사, 저 의사에게 옮겨 다니면서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다. 암 진단에서 수술 등 치료까지 걸리는 시간도 기존 1개월에서 1주일 정도로 획기적으로 줄어들었다. 환자가 통합진료실을 찾아가면 내과(진단), 외과(수술), 종양내과(항암 약물치료), 방사선종양학과(방사선치료), 영상의학과 의사 5명을 한꺼번에 만난다. 의사들은 환자의 진료기록을 보고 수술을 할지, 항암이나 방사선치료를 할지, 수술·항암·방사선 병행 요법을 쓸지를 결정한다. 각 분야 전문의들이 선입견 없이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토대로 의견을 개진해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치료 방법을 찾아내는 시스템이다. 환자는 5명의 전문의 가운데 한 의사에게만 진료비를 낸다. 오성규 암센터 운영지원 팀장은 “통합진료는 현재의 건강보험 수가 체계상 병원이 손해볼 수밖에 없는 구조지만 암 치료의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감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통합진료 시스템에 대해 환자들은 뜨거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통합진료를 받은 환자와 보호자 210명을 대상으로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98.6%가 진료 수준에 만족한다고 답했다. 통합진료 전후 심리적인 변화를 묻는 질문에 86.2%가 ‘진료 후 편안해졌다’고 했다. 의료진 간 긴밀한 협력과 서비스의 신속성에 대해 환자들이 높게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영주 암센터 소장은 “어떤 암 환자가 오더라도 최상의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더욱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긴급진료실, 암교육센터 운영 = ‘24시간 암 환자 전문 긴급진료실’은 암 환자를 배려하는 마음에서 마련됐다. 암 환자들은 치료 중 증상이 심해지면 갑작스런 통증이나 고열 등의 응급상황이 종종 발생한다. 그러나 대형병원의 응급실은 암 환자가 찾아가기에는 치료 환경이 너무 열악하다. 우선순위에서도 한참 밀린다. 한국 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지에 발표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응급실에 오는 암 환자는 평균 32시간을 머무르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런 현실에서 국내에서 처음 도입된 긴급진료실이 환자들의 환영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퇴원 후 집에서 치료 중이거나 경과를 관찰 중인 암 환자에게 문제가 발생한 경우, 기존 응급실 대신 곧바로 긴급진료실을 이용하게 함으로써 불필요한 대기시간을 줄이고 응급상황에 신속히 대처할 수 있도록 했다. 암 환자 전용 응급실은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울러 서울아산병원 암교육센터는 암 환자와 가족 등을 대상으로 암 관련 통합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암과 관련된 여러 정보와 암 관련 자료를 열람하고, 암센터가 제공하는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에도 참여할 수 있다. 또한 전문 임상간호사가 상주해 알고자 하는 정보와 궁금증을 쉽게 해결해 준다. 전문적인 상담서비스도 받을 수 있다. 한국인의 정서에 맞으면서 암 환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다양한 교육프로그램도 실시되고 있다. 암 환자와 가족을 위해 함께 웃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 웃음의 효과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사랑의 웃음치료’, 치료 과정에서 경험하는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신나는 노래교실’이 운영돼 호응을 얻고 있다. 명상과 간단한 스트레칭을 통해 육체적 이완과 심리적 고통을 해소하도록 하는 ‘명상요법’, 암 치료 과정 중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증상에 도움을 주는 ‘발반사 마사지’ 프로그램도 있다. 이 밖에 다양한 식이영양 프로그램과 증상관리 교육프로그램이 실시되고 있다. 암센터 단기병동은 환자들이 신속한 진단을 받을 수 있도록 각종 검사를 효율적으로 실시한다. 빠른 암 진단을 통해 신속한 치료를 할 수 있게 된다. 또 주치의 판단에 따라 암 치료를 위한 간단한 시술도 시행된다.

김충남기자 utopian2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