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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과적 수술로 암을 완치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기초연구에 기반한 임상연구를 통해 항암·방사선·면역치료 등에서 신기술을 끊임없이 개발해야 합니다. 그래야 암 치료의 미래가 열립니다.”

이영주(58) 서울아산병원 암센터 소장은 지난 13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암 수술의 어려움을 이처럼 털어놓았다. 간담도췌장외과 교수로서 하루 2건 이상의 수술을 하는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이어서 의외였다.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의문은 조금씩 풀렸다. 암이 진행되거나 다른 장기로 전이된 환자에게 외과적 수술은 치료에 한계가 있다는 취지였다. 그는 “암이 진행되지 않은 초기 암 치료방법으로는 수술이 완벽하다”며 “관건은 암을 얼마나 조기에 발견하느냐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개복수술과 복강경수술, 로봇수술 등 암 수술의 기술이 향상돼 수술 사망률은 줄어들고 합병증 발생률도 감소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진행된 말기암 환자에게는 수술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앞으로 더욱 효과적인 항암과 방사선 치료법이 개발돼야 암 치료의 미래가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3월 제5대 암센터 소장에 취임한 그는 요즘 암센터의 미래 비전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그래서 지난 4월 암센터 발전기획위원회를 만들어 암센터 조직 내의 암 진료, 교육·연구, 지원 부문 등의 발전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특히 기초연구와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연구를 접목하는 분야를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그는 강조했다. 이 소장은 “예를 들면 임파절 전이가 있는 대장암의 경우 수술 전 방사선 치료를 한 뒤 수술을 하는 것이 효과가 더 높다는 사실이 임상연구에서 밝혀졌다”며 “임상연구가 더욱 활발해지도록 시스템화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아산병원은 전국에서 환자들이 오기 때문에 임상연구 대상을 짧은 기간에 모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임상연구 기반이 좋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아산생명과학연구소와 임상연구센터를 중심으로 산·학·연을 연계한 기초의학과 신약 연구개발이 이뤄지고 있는데, 이를 임상연구와 연계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암 환자에게 더 나은 치료법이 뭔지를 알아보는 임상시험을 위해 만들어진 임상연구병동 활성화도 과제이다. 이를 통해 새로운 암 표준치료를 제공해 환자들의 치료 성적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서울아산병원은 보건복지부의 혁신형 연구중심병원에 선정돼 지난 2007년부터 연간 40억원씩 5년간 200억원에 달하는 연구비를 지원받고 있다. 하버드의대 다나파버 암센터를 비롯한 파스퇴르 연구소,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등 선진국 암연구소와 중개연구를 하며 글로벌 네트워크도 구축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혁신형 암 연구 사업단은 현재 산·학·연과 연계해 한국인에게 많은 위암과 폐암, 유방암, 대장암의 표적항암제를 개발하고 있다.

이 소장은 지원 부문의 ‘삶의 질 향상팀’ 활성화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로서는 치료가 쉽지 않은 말기암 환자들의 고통을 줄이면서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치료 방법을 적용하고 있다. 말기암 환자들에게 집에서 가까운 완화의료 병원을 연결해 주는 코디네이터 역할도 이 팀에서 하고 있다. 환자 암 등록을 통한 데이터베이스 관리와 통계 분석도 암 예방과 치료, 임상연구 등의 중요한 물적 기반이다.

그에게 마지막으로 서울아산병원에 암 환자들이 많이 오는 이유를 물었다. 이 소장은 “다른 병원에서 치료가 어렵다고 해서 우리 병원에 오는 경우가 아주 많다”며 “의료진이 암 재발이나 전이로 힘든 환자들도 살리려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신뢰감을 갖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아산병원에 가면 살 수 있다’는 이미지가 그래서 형성된 것 아니냐는 설명이다. 서울아산병원이 그의 비전대로 대한민국 암 치료를 선도하는 중추로 우뚝 서기를 기대해 본다.

김충남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