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김조한

10일 방송된 MBC ‘나는 가수다’는 지금까지 방영분 중 가장 화려하고 변화무쌍한 ‘파격 무대’로 대중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참여 가수 7명 중 무려 6명이 소위 ‘달리는’ 음악으로 승부수를 내걸었으며, 성대싸움과 이색 퍼포먼스를 섞은 합동 작전으로 순위 경쟁의 우위를 선점하려고 이를 악물었다. 이날 방송에서 ‘달리지 않은’ 가수는 조관우가 유일했다.

조관우는 다른 가수의 무대를 지켜본 뒤 “다들 달리는구먼”이라고 말하며 이날 분위기를 전했다. 이날 방송은 색다른 편곡과 가수들의 파격 변신이라는 독특함을 안겨 주는 장점 속에 달리지 않으면 상위권에 랭크될 수 없는 슬픈 현실을 동시에 보여주며 재미와 함께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 파격 변신과 독특한 편곡 = 김수희의 ‘남행열차’를 알싸한 재즈 편곡으로 들고 나온 조관우는 절제의 창법으로 시종 감상용 무대를 선보였다. 이후 옥주현(‘유고걸’), 박정현(‘이브의 경고’), 윤도현(‘빗속에서’), 김범수(‘외톨이야’), 장혜진(‘미스터’) 등 5명이 연달아 기존 곡을 ‘록’으로 편곡해 질주했고, 마지막 주자로 나선 김조한은 신승훈의 ‘아이 빌리브’를 펑키 스타일로 편곡, 흥겨운 리듬을 선보였다. 댄스를 강력한 록비트로, 그것도 속주 기타리스트 김세황까지 동원한 옥주현의 무대나 한편의 뮤지컬 록을 보는 듯한 박정현의 무대, 탭댄스로 나머지 한마디를 채운 김범수의 참신한 무대는 특히 인상적이었다.

김조한의 무대는 모 아니면 도의 승부였다. 신승훈의 창법이 전설처럼 굳어진 ‘아이 빌리브’를 전혀 다른 편곡으로 승부수를 띄운 것은 결과적으로 주효했다.

◆ 성대싸움과 ‘달리는’ 음악의 한계 = 달리는 음악은 역시 효과가 컸다. 김조한·박정현·김범수 등 흥겨운 리듬과 질주하는 록으로 승부한 이들이 1~3위를 차지한 것만 봐도 ‘질주의 음악’은 듣고 보는 이의 가슴을 흔들기에 충분했다.

누구보다 거세게 ‘달린’ 옥주현과 장혜진의 하위권 추락은 무대의 맛을 더 낸 다른 가수들과의 상대적 비교평가에 따른 것이라는 설명이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한 대중음악평론가는 “멜로디보다 리듬 위주의 아이돌 가수의 곡을 무리하게 선곡한 측면이 상대적으로 빛을 보지 못한 결과를 낳았다”며 “만약 잔잔한 음악으로 승부한 가수들이 대부분이었다면, 옥주현과 장혜진은 분명 선두에 나섰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5위에 오르며 나름 안도의 한숨을 쉰 조관우는 그러나 순위가 발표되기 전부터 ‘꼴찌’를 염두에 둔 듯 시종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성대싸움의 달리는 음악이 아니고선 ‘해법’이 없다는 나름의 평가에 기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범수는 최근 인터뷰에서 “다시는 ‘성대싸움’ 대결의 음악은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생존을 위한 투쟁의 현장은 그의 결심을 결국 흔들어 놓았다. 한 방송 관계자는 “대중은 여전히 ‘성대싸움’을 즐기고 있고, 출연 가수 역시 이 흐름에서 벗어나기 힘든 게 사실”이라며 “이 같은 상황이 반복될 경우 다양한 가수의 출연이 갈수록 제한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고금평기자 dann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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