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나이 마흔에 1000만달러 벌었으니 골프로 성공한 셈이라는 양용은이 인천국제공항에서 인터뷰 도중 뭔가 생각에 잠겨 있다. 인천 = 김연수기자 nyskim@munhwa.com

양용은은 1972년 제주도의 한 농사꾼의 아들로 태어났다. 평범한 농사꾼 집안에서 자란 그에게 골프는 어울리지 않았다. 하지만 먼나라, 딴나라 이야기 같던 골프를 연습장에서 공 줍는 일을 하면서 처음 배웠고 1991년 보충역 제대 후 제주 오라골프장에서 일했다. 아버지는 그런 아들을 탐탁지 않게 여겼다. 양용은은 비닐하우스에서 아버지 일을 돕다가도 파이프로 스윙 연습을 하곤 했다. 사람들이 “주제도 모르고 무슨 골프냐”며 고개를 가로 저었지만 그에게는 의지가 있었고 꿈이 있었다. 24세 늦깎이로 프로에 입문한 양용은은 아마추어 시절엔 무명 중의 무명이었다. 그는 돈 벌기 어려운 줄 알기 때문에 돈 귀한 줄도 알았다. 경기 여주군의 한 골프장 연습생 시절 단칸방을 얻어 살았는데 당시 그는 돈이 없어 2년 동안 친구나 다른 사람과 접촉을 끊은 적도 있다. “10번을 얻어먹으면 한두 번은 사야 하는데 돈이 없어 사람 구실도 못할 바에야 차라리 만나지 말자”는 생각을 했던 것. 그 시절 연습장과 골프장에서 아침부터 잠자기 전까지 공만 쳤다.

1996년 꿈에 그리던 프로가 됐지만 여전히 몇 십만원이 아쉬웠던 때였다. 한때 돈을 벌기 위해 대회 대신 아마추어 상대로 레슨을 하려고 했지만 자신의 원대한 꿈을 위해 포기했다. 처음 대회에 출전한 1997년 상금으로 590만원을 벌었다. 그다음 해 신인왕에 올랐지만 그가 번 돈은 1200만원이었다. 그리고 1999년 1800만원을 상금 수입으로 벌었다. 그는 프로 데뷔 이후 각종 대회에서 11차례 정도 우승했다. 2002년 SBS최강전에서 생애 첫 우승을 이뤄낸 이후 행복이 찾아왔다. 2003년 일본 프로골프 퀄리파잉(Q)스쿨에 수석 합격했고, 2004년부터 2006년까지 매년 승수를 보태 4승을 거뒀고, 이후 지속적으로 유럽투어대회와 미국무대를 노크했다. 2006년에는 유러피언투어 HSBC오픈에서 타이거 우즈를 물리치고 우승해 세계 골프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2008년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 정식 합류한 그는 2009년 메이저대회인 PGA챔피언십에서 다시 우즈를 꺾고, 우연이 아닌 실력으로 정상에 올랐음을 입증하며 아시아인으로서는 최초로 메이저 챔피언에 올랐다. 2주 전 US오픈에서는 공동 3위를 차지하며 한국의 대표 골퍼로 우뚝 섰다.

양용은은 “골프의 최고 무대인 PGA 갔다는 것도 행복하고, 잘만 치면 큰돈을 벌 수 있는 골프선수가 너무 좋다”고 말한다.

▲1972년 1월18일생 ▲177㎝, 87㎏ ▲1991년 골프 시작 ▲1996년 프로입문 ▲2002년 SBS최강전 등 국내 3승 ▲2006년 선클로렐라클래식 등 일본투어 4승 ▲2006년 HSBC오픈 등 유러피언투어 2승 ▲2009 혼다클래식 및 PGA챔피언십 등 미국 PGA투어 2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