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중/논설실장

노무현은 행복하다. 적어도 청와대 비서실장 문재인을 지상에 남겨둔 것 하나만 해도. 문재인이 쓴 자서전 ‘문재인의 운명’. 읽어가다 한 인간을 이미지만 보고 판단한다는 게 정말 위험한 모험이구나, 문재인에 대한 배신감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 2년여 전 노무현이 자살한 아침, TV 화면에 나타나 다섯 문장의 절제된 언어와 표정으로 사실을 확인하던 문재인. “대단히 충격적이고 슬픈 일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님께서…돌아가셨습니다.…봉화산 바위에서 뛰어내리신 것으로 보입니다. …대통령님께서는 가족들 앞으로 짧은 유서를 남기셨습니다.” 아, 다른 노사모 사람들과는 다르구나, 대번 검찰의 정치적 타살이라고 억지 부릴 만도 한데. 울고 싶었던 노사모들에게 기름을 확 부을 만도 한데. 사법고시 합격한 반듯한 법조인이 주군(主君) 잘못 만난 것이었구나. 자성해 보기도 했다. 선입견은 죄악! 그랬던 문재인! 그러나? 인간의 가면(假面), 정말 무섭다.

문재인은 노무현의 자살이 촛불시위를 응징하기 위해 검찰이 벌인 정치적 타살이라고 떼 쓴다. 왜 이명박 검찰은 ‘노무현 검은돈’에 손댔나? 문재인의 자답. MB 정권이 “촛불시위의 배후로 우리를 의심”했기 때문이란다. “대통령도 우리도 촛불시위의 후속 대응이 정치보복이고 보복의 칼끝이 우리에게 향하리라고는 상상조차 못했다.” MB가 촛불시위에 대한 보복으로 노무현을 검찰 수사에 올려? 조선왕조 사도세자의 비운으로 몰아간다. 그러면서 문재인은 노무현 어록을 붙인다. “결국은 다 내 책임이다. 내가 오랫동안 경제적으로 무능했고, 장래에 대해 아무런 믿음을 못주니 집사람과 정상문 비서관이 그렇게 한 것 아니겠는가. 다 내 잘못이다.” 그럼? 노무현의 자살 원인 중 적어도 한가지는 나오는 것 아닌가! 부인 권양숙이 청와대 나간 뒤 살아갈 돈, 아들딸에게 미국에 아파트 사주려고 박연차로부터 챙긴 거라고 노무현이 말한 것 아닌가! 노무현, 왜 자살했겠는가? 자살한 건 스스로 유죄를 인정한 것! 법조인 문재인, 정직해야 한다.

‘문재인의 운명’, 정말 뻔뻔한 노비어천가(盧飛御天歌)다. 노무현은 세종을 능가하는 성군. 문재인은 왜 그랬을까? 일단 노무현에 대한 기존의 평가를 한 방에 뒤엎으려는 사악한 음모-역사는 악착같이 기록을 남기는 자가 승리한다. 결국 그런 거짓 자료라 해도 남기면 나중에 후대 역사가들이 그걸 갖고 재평가할 수밖에 없으니까. 교활하다. ‘김대중 자서전’과 똑같다. 평생 DJ를 흠모해온 좌파계열 언론계 지인조차 ‘김대중 자서전’을 읽고 장탄식, “98%가 거짓이고, 나머지 사실 2%는 등장하는 인물 이름과 사건의 연월일 정도였다.” 문재인, ‘거짓말 종합세트’를 역사로 포장해 ‘노무현 장사’ ‘노무현 붐’을 일으키려고 자서전을 썼다. 노무현을 추종하는 추노(追盧) 세력, 지금 춥고 배고픈 황위병(黃衛兵)들이 아, 옛날이여 하며 ‘노무현 향수’로 결집토록 하고, MB 정권 찍은 사람들에게 ‘망각 수면제’ 뿌려 배출구 찾게 하고 또 충동구매하게 유도하려는 계략! 문재인은 책 내자마자 대선 후보 지지도에서 박근혜, 손학규에 이어 유시민을 제치고 3위로 부상-문재인 변수다. 국민이 또 현혹되고 있는 것! 기가 막힌다. 부산에서부터 팔락팔락 노무현 장사해 ‘나비효과’ 보려는 문재인의 계략이 야당 단일화와 상승작용을 일으키면? 정권이 넘어간다.

대한민국 ‘국가중심세력’은 절대 이런 황위병의 곡학아세에 넘어가서는 안된다. 또한 추노 황위병 세력에 정권을 다시 넘겨줘 또 끔찍한 세월을 맞이해야 하느냐 마느냐?, 내년 총·대선을 앞두고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한나라당에 대한 응징을 경기도 분당을에서 그쳐야 할 것인가, 아니면 정권이 넘어갈 때까지 계속? 추노 황위병에 정권을 또 넘겨준다? 아니면 손학규에게? 정권을 친북·좌파·반미세력에 넘겨줘선 결코 안된다는 게 포기할 수 없는 대원칙이라면 국가중심세력은 앞으로의 투표에선 ‘차악(次惡)의 선택’을 생각해봐야 한다. 저 한심한 MB·한나라당 정권은 앞으로도 갈길이 먼 보수·우파세력엔 ‘과도정권’에 불과하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