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최은희(왼쪽)씨가 1954년 주한 미군 위문공연을 온 배우 메릴린 먼로와 함께한 모습. 최씨는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고 했다. 신상옥기념사업회 제공

최은희씨는 자신이 출연한 130여편의 영화에 모두 애정을 느낀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아시아영화제에서 최우수작품상을 받은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1961)를 첫손에 꼽았다. “그 작품에서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가 멀찍이 떨어져 걸어가고 그 사이를 옥희가 오가는 장면은 제 아이디어예요. 두 주인공이 서로 쑥스러워하며 감정을 숨길 때 순수한 아이가 사랑의 다리 역할을 합니다. 그 장면에 지금도 긍지가 있어요.”

최씨는 이 영화로 ‘동양적 미인’이라는 이미지의 화관(花冠)을 얻었다. ‘로맨스 그레이’(1963)에서 바걸 역할을 맡았을 때는 “좋아하는 여배우의 이미지를 깨지 말아 달라”는 팬들의 항의가 영화사로 빗발치기도 했다.

최씨는 대종상 여우주연상을 받은 ‘상록수’(1961), 문예영화의 걸작인 ‘벙어리 삼룡이’(1964), 명성황후 역할을 했던 ‘청일전쟁과 여걸 민비’(1965) 등도 대표작으로 언급했다.

최씨와 신상옥 감독은 ‘한류 바람’을 가장 먼저 일으킨 영화인이다. ‘빨간 마후라’(1964)를 일본과 동남아에 수출해 크게 흥행시켰기 때문이다. 최씨는 “공군기지에서 촬영을 하면서 무척 고생을 한 것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이 작품은 ‘레드 머플러’라는 이름으로 리메이크돼 현재 촬영 중에 있다. “비(정지훈)가 주인공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좋은 작품을 만들 것으로 기대합니다.”

▲1930년 경기 광주 출생 ▲1943년 극단 아랑 연구생으로 연극 ‘청춘극장’ 데뷔 ▲1947년 ‘새로운 맹세’로 영화 데뷔 ▲1964년 ‘공주님의 짝사랑’으로 감독 데뷔 ▲1967년 안양영화예술학교 교장 취임 ▲1978년 홍콩에서 납북 ▲1986년 미국으로 망명 ▲1999년 영구 귀국 ▲2001년 극단 신협 대표 ▲2002년 안양 신필름 영화예술센터 설립 ▲2008년 신상옥감독기념사업회 설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