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송교영 서울성모병원 위암센터 교수가 복강경을 이용해 위암 재발 여부를 검사하고 있다. 서울성모병원 제공

위암 재발 여부 조기 진단에 복강경이 컴퓨터단층촬영(CT)이나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 등의 영상기기보다 정확한 결과를 제공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복강경 진단은 배에 3~4개의 구멍을 뚫고 내시경 장비를 집어넣어 위와 십이지장 등을 직접 들여다보며 암의 재발 여부를 확인하는 방법이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위암센터(위장관외과) 박조현·심정호·송교영 교수팀은 위암 수술 후 주변 장기와 림프절에 대해 복강경으로 재발 여부를 진단한 결과 CT나 PET와 같은 영상진단장비에서는 구별되지 않았던 암의 재발을 확인했다고 최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 복강경 학회지(Surgical Endoscopy)’ 5월호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재발이 우려되는 진행성 위암 환자 중 CT나 PET로 재발이 확인되지 않은 12명의 환자에 대해 복강경으로 재발 여부를 검사했다. 그 결과 11명에게서 암이 다른 장기로 전이된 것을 발견했다. 특히 5명에서는 심각한 복막 전이가 발견됐다. 복막 전이는 위암 세포가 장막을 완전히 뚫고 나가 복강 내 장기를 덮고 있는 장막에 묻어 뿌리를 내리고 성장한 것을 말한다. 3~4기 진행성 위암의 경우 보통 재발률이 50% 이상이며, 이 중 복막 전이가 30~40%, 림프절 전이가 20~30%를 차지한다.

지난 2008년 서울성모병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재발한 위암에서 수술을 하지 못한 경우 평균 생존 기간은 8.7개월에 불과했다. 그러나 수술로 완전 절제가 가능했던 경우는 평균 52.2개월로 월등히 길었다. 전체 위암 재발 환자 347명 중 수술로 완전 절제가 가능한 환자는 15명(4.3%)에 불과했다. 이 같은 결과는 위암 환자의 재발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에서 발견되기 때문이다. 비교적 조기에 재발이 발견되면 수술 등 다양한 치료를 선택할 수 있다.

박조현 교수는 “의학계에 알려진 CT나 PET의 진단 정확도는 70% 정도”라며 “이 중에서도 복막 전이의 정확도는 40~50%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이어 “정확도를 높이고 조기 진단을 가능하게 하는 진단법이 절실하며 위암의 경우 진단적 복강경이 이를 현실화시킬 수 있는 대안”이라며 “진행성 위암 환자들의 경우 CT나 PET 등 영상진단기기 외에 복강경을 활용하는 것이 유용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김충남기자 utopian2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