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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드 컴퓨팅(Cloud Computing)’이 ‘모바일(Mobile)’ 세상과 만나면서 차세대 정보기술(IT) 서비스로 세계인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일부에서는 ‘모바일’과 ‘클라우드 컴퓨팅’의 앞글자를 따서 ‘모빌라우드(Mobiloud)’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내고 있다. 특히 지난 6일(현지시간) 애플이 발표한 ‘아이클라우드(iCloud)’는 IT 업계에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클라우드 컴퓨팅이란 무엇이고, 글로벌 IT 역사에서 어떤 의미가 있는지, 소비자들의 실생활에는 어떤 변화를 불러올지, 클라우드 컴퓨팅이 활성화되기 위해 남은 과제는 무엇인지 등에 대해 알아본다.

1. 클라우드 컴퓨팅이란

원래 클라우드(구름)란 전화 네트워크를 설명할 때 ‘인터넷’을 뜻하는 기호였다. 그 뒤 컴퓨터 네트워크를 가리키는 각종 그림에서도 클라우드는 인터넷을 가리키는 것으로 사용돼 왔다. 이 같은 역사적 배경을 고려해 클라우드 컴퓨팅을 쉽게 설명하자면 “개인용PC를 통해서가 아니라 컴퓨터 네트워크를 통해 각종 데이터나 소프트웨어 등 컴퓨터 작업을 하는 것”을 뜻한다. 다른 말로 하면, 디지털 기기를 통해 작업을 할 때 과거처럼 PC에 저장된 소프트웨어나 데이터를 이용하지 않고 인터넷 등 네트워크에 연결된 저장 장치에 있는 소프트웨어나 데이터를 이용한다는 뜻이다.

2. 클라우드 컴퓨팅의 유래는

오늘날 사용되고 있는 클라우드 컴퓨팅에 대한 개념은 1960년대부터 존재해왔다. 1966년에 출판된 더글러스 파크힐의 ‘컴퓨터 유틸리티의 도전’이라는 책에서는 ‘클라우드 컴퓨팅’을 ‘전기’와 비교하고 있다. 현대 생활에서 전기, 가스, 상수도 등을 사용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만약 모든 사람들이 자신에게 필요한 전기, 가스, 상수도 등을 직접 생산해 사용한다면 비용도 많이 들 뿐 아니라 효율성도 매우 떨어질 것이다. 사람들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전기, 가스, 상수도 등을 직접 생산하지 않고 다른 곳에서 생산된 것을 공급받는 것처럼 가정이나 회사에서 사용되는 소프트웨어나 데이터도 다른 곳에서 받을 수 없을까라고 생각한 것이 클라우드 컴퓨팅이 탄생하게 된 근원이다. 가정이나 회사에 소프트웨어나 데이터를 보관하기 위한 큰 PC를 보유하지 말고 소프트웨어나 데이터를 다른 곳에 보관하는 게 편리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3. 클라우드 컴퓨팅의 최초 상업적 이용

인터넷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2000년대 들어 클라우드 컴퓨팅을 처음으로 확산시킨 것은 인터넷업체 아마존이었다. 아마존 직원들은 어느 날 자신들의 네트워크 자원이 평소에는 단 10%만 사용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90%가 놀고 있었던 것이다. 아마존은 남는 네트워크 공간을 활용하기 위해 2006년에 ‘아마존 웹 서비스(AWS)’를 시작했다. 아마존이 AWS를 통해 클라우드 컴퓨팅을 상업적인 목적으로 최초로 이용한 것이다. 2011년이 되자 아마존은 화이자 등 세계적인 기업과 위치기반정보업체 포스퀘어(Foursquare)를 포함한 수천개의 업체를 클라우드 기업 고객으로 거느리게 됐다. 클라우드 컴퓨팅이 ‘비즈니스 모델’로 당당히 자리매김하게 된 것이다. 대중들에게 클라우드 컴퓨팅이라는 말이 널리 알려진 것은 구글의 전 최고경영자(CEO)인 에릭 슈미트가 2006년 미국 산호세에서 열린 검색엔진전략(SES) 콘퍼런스에서 이 용어를 사용하면서부터다.

4. 애플 ‘아이클라우드’ 출시 의미

애플은 최근 세계개발자회의(WWDC)에서 ‘아이클라우드(iCloud)’를 공개했다. 애플 외에도 전 세계적으로 굵직굵직한 정보기술(IT)업체들이 앞다퉈 클라우드 컴퓨팅에 뛰어들고 있다. 애플의 아이클라우드는 아이폰 및 아이패드의 성공 신화와 ‘콘텐츠 제국’을 형성한 애플의 자신감을 바탕으로 깔고 있다. 애플의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쓰는 사람들의 수는 이미 엄청나게 많다. 전 세계 모바일 콘텐츠 분야에서 애플을 따라갈 만한 회사도 거의 없다. 애플이 개인용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인 아이클라우드 출시를 통해 노리는 것은 애플의 컴퓨터(매킨토시PC)와 태블릿PC(아이패드), 스마트폰(아이폰) 등을 통해 음악·동영상 등 각종 콘텐츠를 언제 어디서나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애플은 이 같은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한다는 것이며, 사용자가 특별한 조작을 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이 같은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만들겠다고 밝힌 점이다. 사용자가 클라우드 컴퓨팅이라는 용어나 복잡한 작동법을 모르더라도 클라우드 컴퓨팅이 작동되도록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의미다.

5. 구글 등 경쟁사의 움직임은

구글은 지난 5월 세계 최초로 클라우드 전용PC인 ‘크롬북’을 선보여 관심을 모았다. 구글의 크롬북은 네트워크에 상시 접속돼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 노트북으로 모든 데이터를 클라우드에 저장하는 게 특징이다. 구글의 ‘크롬’을 운영체제(OS)로 사용하는 크롬북은 삼성전자와 대만의 컴퓨터업체 에이서를 통해 생산된다. 특히 삼성은 애플이 아이클라우드를 발표한 직후인 지난 7일 아마존을 통해 크롬북 예약 판매를 시작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도 올 가을에 나올 윈도폰 7.5(코드명 망고) OS를 탑재한 ‘망고폰’에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인 ‘스카이드라이브’를 탑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도 PC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는 MS의 스카이드라이브는 사진이나 동영상 등을 올려놓고 언제, 어디서나 다시 사용할 수 있는 개인용 클라우드 서비스다. 일부에서는 글로벌 마켓에서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모든 분야에서 애플과 맞서고 있는 삼성전자가 올 하반기(7∼12월)에는 스마트폰과 태블릿PC·스마트TV 등에서 콘텐츠를 공유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발표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글로벌 마켓에서 애플 등과 정면으로 부딪치고 있는 삼성전자가 클라우드 서비스를 내놓지 않고는 전쟁을 지속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6. 국내 업체들의 대응책

국내 이통사 중에서는 KT가 가장 적극적으로 클라우드 컴퓨팅에 뛰어들고 있다. KT는 그동안 기업을 대상으로 한 기업용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해오다 아이폰 출시를 계기로 개인용 클라우드 서비스인 ‘유클라우드 홈’을 선보였다. 유클라우드 홈은 50기가바이트(GB) 용량의 저장 공간을 제공, 스마트폰과 태블릿PC·노트북 등에서 각종 콘텐츠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해준다. KT는 오는 10월 일본 3위 통신사인 소프트뱅크와 손 잡고 경남 김해에 클라우드 데이터센터를 설립하기로 해 글로벌 클라우드 시장에도 출사표를 던진 상태다. SK텔레콤도 지난 5월 초 클라우드 서비스 기반의 콘텐츠 저장공간인 ‘T백 플러스’를 선보였다. 이 서비스는 기존 휴대전화의 데이터 보관서비스를 개선, 콘텐츠의 공유 및 전송 편의성을 높인 게 특징이다. LG U＋는 다른 통신사 가입자도 사용할 수 있는 ‘U＋박스’로 고객몰이에 나서고 있다. 기본으로 제공되는 용량은 15GB지만 타사 가입자에게도 10GB의 용량을 제공해 인기가 높다. 용량을 추가하는 데 드는 비용도 월 3000원(100GB)에서 1만원(800GB) 수준이어서 경쟁력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포털업계에서는 NHN이 지난 3월 클라우드 기반의 웹하드 서비스인 ‘N드라이브’의 저장 공간을 10GB에서 30GB로 늘리고 고객 몰이에 나섰다. N드라이브는 업무용 소프트웨어인 ‘네이버 오피스’와 연동을 지원하는 게 강점이다. 다음은 지난 5월 ‘다음 클라우드’의 용량을 20GB에서 50GB로 늘리고 아이폰에 이어 안드로이드용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을 출시해 서비스 단말기를 대폭 확대했다.

7. PC의 미래는

애플이 아이클라우드 서비스를 발표하면서 전문가들 사이에 가장 많이 회자된 말이 ‘PC의 종언’이다. 개인이든, 기업이든, 정부(혹은 국가)든 각종 소프트웨어와 데이터를 클라우드 저장 장치에 올려놓는 상황에서 PC란 더 이상 ‘존재 이유’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PC 제조업체들이 설 땅이 없어진다는 의미지만, IT 발전사에서도 나름대로 큰 의미가 있다. 2차 대전 이후 IT업계의 가장 큰 변화는 하드웨어인 PC가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다가 소프트웨어가 가장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방향으로 큰 흐름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MS가 IBM을 제치고 글로벌 1위 기업으로 등극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스마트폰과 태블릿PC가 각광받으면서 애플의 시가총액이 MS를 제치고 세계 1위 자리를 꿰찼다. 어떤 의미에서는 클라우드 컴퓨팅이야말로 무선 시대에 가장 적합한 전략이다. 클라우드 컴퓨팅이 없다면 스마트폰이든 태블릿PC든 무게와 부피를 줄이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8. 스마트폰·태블릿PC 등에 미칠 영향

클라우드 컴퓨팅이 확산되면서 향후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은 점점 가벼워질 것으로 보인다. 크기도 필요한 만큼 얼마든지 줄였다, 늘렸다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PC도 커다란 하드디스크 등은 필요없어지기 때문에 아주 콤팩트(간결)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클라우드 컴퓨팅이 스마트폰, 태블릿PC, PC 등의 내용물과 크기, 무게, 두께 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의미다. 현재까지 나오지 않은 극소형의 새로운 모바일 디바이스나 안경, 반지, 귀걸이 등을 이용한 모바일 디바이스 등도 얼마든지 개발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9. 향후 시장 규모는 얼마나 될까

미국은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 구축 비용을 절감하고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민원서비스 등을 클라우드 컴퓨팅으로 전환했다. 올해부터는 모든 정부 부처를 대상으로 클라우드 컴퓨팅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클라우드 우선 정책(Cloud first policy)’을 통해 연방정부 IT 예산의 25%인 200억달러(약 22조원)를 클라우드 컴퓨팅 확산을 위해 쏟아붓고 있다. 일본도 사정은 비슷하다. 앞으로 보안 기술 등이 더욱 개발돼 미국과 일본의 공공 데이터베이스가 모두 클라우스 컴퓨팅 서비스로 전환되고, 미국의 모든 공공기관이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로 소프트웨어를 사용한다고만 가정해도 시장 규모는 천문학적이다. 더욱이 클라우드 컴퓨팅의 적용 분야는 게임 등 거의 모든 분야를 망라하고 있으며, 시차가 있을 뿐 전 세계적으로 진행될 것이 확실하다.

10. 남은 과제는

그러나 클라우드 컴퓨팅이 전 세계에 확산되기 위해서는 남은 과제들도 많다. 당장 문제는 저작권이다. 개인정보와 공공정보의 누출을 막기 위해 안전 장치를 대폭 강화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클라우드 컴퓨팅 확산은 이미 거역할 수 없는 시대적 대세다. 당장 올 9월쯤 애플이 아이클라우드를 무료로 제공하면 아이폰, 아이패드, 매킨토시PC 등을 가진 소비자들은 일상 생활에서 클라우드 컴퓨팅을 만끽할 수 있게 된다. 애플 발표 이후 경쟁 업체들도 앞다퉈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에 뛰어들겠다고 밝히고 있다. 바야흐로 세상이 구름(클라우드)에 덮일 날도 그리 멀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조해동기자 haed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