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골프계에 ‘여고남저(女高男低)’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 여자 선수 몸값이 남자선수를 크게 뛰어넘고 있고, 골프대회 창설도 남자보다 여자대회가 러시를 이루고 있다.

얼마 전 골프구단을 창단한 금융권 관계자는 “올해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에서 시드(대회 출전권)를 받은 신인 선수와 접촉했는데 대뜸 2억원을 요구하는 바람에 계약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여자프로 몸값은 정규투어 시드만 있으면 최소 5000만∼1억원, 우승과 미모를 겸비했다면 2억원 또는 ‘부르는 게 값’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비해 남자 프로골프 선수들은 ‘찬밥 신세’다. 골프구단도 여럿 있지만 몸값은 여자 선수의 반도 안 된다. 국내오픈대회에서 1승을 올린 A급 선수라도 연간 1억원 받기도 힘들다는 것. 투어 3승을 올린 30대 초반의 B선수의 경우 용품계약금으로 받은 3000만원과 성적에 따른 인센티브를 받는 게 고작이다.

기업의 여자프로골퍼 선호는 골프대회에도 그대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올해 KLPGA투어는 모두 24개로 한일전과 중국에서 열리는 현대차이나레이디스클래식을 제외하면 국내에서 열리는 대회 수는 22개. 여자대회는 특히 다음주까지 상반기(1∼6월) 8개 대회를 마치고, 5주간의 휴식기간에 들어간 다음 7월말부터 11월20일까지 13주 동안 대회가 연속으로 열린다. 신설대회 쏠림 현상도 가중되고 있다. 총상금 10억원인 한화금융네트워크오픈 등 3개 대회가 새로 만들어지고, 상금규모도 총상금 3억원짜리 2개 대회를 제외하고 대개가 4억∼5억원 정도이며 7억원과 10억원짜리도 생겨나고 있다.

반면 남자대회의 경우 확정된 한국프로골프투어(KGT) 19개대회 중 한일전과 유러피언투어(발렌타인챔피언십), 원아시아투어 4개를 제외하면 순수 국내대회는 13개 남짓에 불과하고, 상금규모도 총상금 3억원인 대회가 6개, 4억원이 1개, 5억원이 4개 대회 정도다. 대회 수가 적다보니 2∼3주 정도 쉬다가 열리는 경우가 많다.

남자대회 상금이 3∼5배 정도가 많은 미국이나 일본, 유럽에 비하면 분명 이상 현상이라는 것이다. 여자대회 수와 상금이 많은 것은 여자프로를 선호하는 기업의 마케팅 방향 탓으로 풀이된다. 여자골프대회를 개최한 한 은행 관계자는 “VIP 고객을 초청하는 프로암대회를 열 경우, 무뚝뚝한 남자 선수보다는 같은 티잉 그라운드를 쓰는 여자 선수가 행사 분위기를 맞추는 데 제격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명식기자 mscho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