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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에 빠진 고양이를 아십니까.

지난 1998년과 2000년 경북 경주시 인왕동 국립경주박물관 미술관 신축 부지를 발굴하다 확인된 8~9세기 통일신라시대 돌로 축조된 우물에서 고양이를 비롯, 다양한 동물 뼈가 나온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경주 월성(月城)과 가까운 이곳에서 당시 화제가 됐던 것은 신라의 왕궁인 월성에 딸린 남궁이 있었을 가능성을 보여 준 ‘남궁지인(南宮之印)’이란 글자가 찍힌 기와 조각이었지요.

그런데 우물에서 나온 것은 기와 조각과 토기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우물 유구(遺構·옛 건축물의 흔적)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8세 정도의 어린아이 인골과 소뼈 등 포유류, 조류, 어류, 양서류 등 다양한 동물 뼈가 출토됐지요. 처음에는 어린아이가 우물에 빠져 죽어 폐기된 우물로 봤으나 바닥이 아닌 위쪽에서 인골과 다양한 동물 뼈가 발굴됐다는 점에서 제의(祭儀)의 희생으로 보고 있습니다.

소와 말, 개, 돼지, 고라니, 쥐, 두더지, 꿩, 오리, 참새, 개구리 등 다양한 동물 뼈가 나왔지만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뭐니 해도 고양이 뼈지요. 전 세계에서 동물고고학이 가장 발달한 일본 학자들에 따르면 이곳에서 모두 6마리의 고양이 뼈가 확인됐다고 합니다.

습성상 우물에 빠져 죽을 가능성이 희박한 고양이 뼈가 6개체나 확인된 것도 당시 이곳에서 제사가 행해졌음을 추정케 해 주는 유력한 증거입니다. 이곳에서 나온 고양이 뼈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완형이란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지요. 신석기시대 유적인 김해 수가리 패총(貝塚·조개무지)에서도 고양이 뼈가 나왔지만 이곳처럼 한 개체분이 완전하게 복원 가능한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고양이 뼈 출토와 관련,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가축화된 고양이(집고양)냐, 야생 고양이냐 하는 점일 것이지요. 이 곳에서 출토된 고양이들은 머리뼈로 판단한 결과 모두 야생이라고 합니다. 그동안의 관심 부족도 한 원인이겠지만 우리나라에서 가축화된 고양이 뼈가 발견된 사례는 없다고 하네요.

사실 고양이는 1만년 전 북아프리카 리비아에서 가축화된 한 종 빼고는 모두 야생이라고 합니다. 야생 고양이는 수십만년 전부터 한반도에 있었지만 쥐잡기나 애완용으로 가축화된 고양이는 불경(佛經)의 수입 과정에서 서아시아와 중국을 거쳐 들여온 것이라고 하네요.

국립경주박물관이 오는 6월8일부터 8월21일까지 ‘우물에 빠진 통일신라 동물들’이란 제목으로 이곳에서 나온 각종 동물 뼈 500여점을 선보이는 전시회를 개최합니다. 고양이는 물론, 지금까지 한반도에서 나온 것 중 가장 큰 개 뼈 한 개체분이 완벽하게 재현되는 이번 전시에 대한 기대가 큽니다.

최영창기자 yccho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