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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기업들의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가 논란이 되는 가운데 증권업계에서도 이 같은 현상이 심화되고 있어 주목된다. 증권사를 끼고 있지 않은 독립 자산운용사들은 판매사를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2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2월 말 기준 자산운용사가 있는 23개 증권사의 펀드 판매 잔액 중 계열 자산운용사의 비중이 40%를 넘는 곳이 절반에 달하는 11곳으로 나타났다.

펀드 판매 잔액 비중 중 계열 자산운용사 비중이 가장 높은 증권사는 KTB증권으로 전체 판매 잔액 중 계열 운용사의 비중이 66.15%에 달했다. 미래에셋증권이 그 다음으로 64.51%를 차지했다. 삼성증권(56.64%), 동양종합금융증권(55.73%), 유진투자증권(54.15%), 흥국증권(52.76%) 등도 자사 펀드 판매 잔액에서 계열 운용사의 비중이 매우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현상은 점차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3개 증권사의 평균치는 37.31%로 지난해 36.48%보다 높아진 수치다. 이는 최근 펀드 자금 유출이 증가하면서 계열사 챙기기 현상이 더욱 심해지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한 독립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과거에는 ‘오픈아키텍처(계열사 관계없이 상품을 판매하는 것)’가 잘 지켜졌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시장이 어렵다 보니 계열 자산운용사 챙기기가 심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감 몰아주기가 투자자 입장에서도 결코 좋을 리 없다는 지적도 있다. 또 다른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팔은 안으로 굽는 것”이라며 “증권사에서 상품을 편향되게 추천을 한다든가 하면 투자자도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실제로 올해 초부터 최근까지 업체별 펀드 운용 수익률을 보면 알리안츠자산운용(14.27%), 피델리티자산운용(13.59%), JP모간자산운용(13.46%) 등 독립 자산운용사가 업계 상위에 올랐다. 반면 계열사 판매 비중이 높은 유진자산운용(6.79%), 삼성자산운용(6.70%), 동양자산운용(5.31%) 등은 전체 평균(6.86%)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계열사 밀어주기라고 보기 어렵다”면서도 “우리 쪽에서 자산운용 쪽에 상품 설계를 의뢰한다든가 하는 부분이 유기적으로 쉽게 이뤄지다 보니 자사의 상품 판매 비중이 높은 것 같다”고 전했다.

임정환기자 yom7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