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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 마라토너 이윤동씨가 아내 박순옥씨를 처음 만난 것은 그의 나이 47세이던 지난 2004년 5월이다. 이씨는 그동안 50여 차례 동안 선을 봤지만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번번이 퇴짜를 맞았고, 독신으로 살기로 마음먹은 상황에서 박씨가 운명처럼 다가온 것이다.

박씨 또한 독신으로 살기로 마음먹고, 울산지체장애인협회에 자원봉사활동을 하고 있었다. 박씨가 가장 먼저 한 봉사활동은 이씨에게 한자 가르치기. 박씨는 매일같이 한자를 크게 써서 복사해주고 가르치면서 5개월여 만에 이씨를 한자 1급시험 합격자로 만드는데 성공했다.

박씨는 한자공부를 하는 이씨에게서 놀라운 열정과 도전정신을 발견했고, 너무 감동한 나머지 이씨에게 자신의 안구기증을 제의했다. 그러나 이씨의 눈은 안구이식을 통해서도 시력을 회복할 수 없는 최악의 상황이었다. 박씨는 이 같은 사실을 알고 안구기증을 포기했다. 그런 박씨가 선택한 것은 이씨와의 결혼이었다. 안구기증이 안 되면 평생 이씨의 눈이 되어 주겠다고 마음을 먹은 것이다. 이씨는 박씨를 만난 지 6개월여 만에 평생 반려자를 맞이했고, 거기에 건강하고 밝은 눈을 두 개나 얻게 됐다.

박씨는 “남편은 그 누구보다 세상을 밝고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인데, 두 눈을 모두 앗아가는 것은 너무 가혹한 일이라고 생각했다”며 “지금도 세상으로 가는 길은 제가 인도할지 몰라도 마음속의 길은 언제나 남편이 안내한다”고 말했다.

울산 = 곽시열기자 sykwa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