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대지진과 후쿠시마(福島) 원자력 발전소 사고 속에서도 독도 영유권 주장을 담은 중학교 교과서 검정 결과를 발표하면서 ‘영토문제’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정해진 수순대로 영유권을 주장하며 독도를 분쟁지역으로 만들겠다는 속셈이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중학교 교과서 검정과 관련해 “3월초에 교과서 검정이 끝나 30일 발표라는 일정이 이미 예고됐었다. 일정대로 한 것일 뿐”이라고 밝히고 있다. 또 “교과서 검정은 문부과학성 소관이기는 하지만 모든 결정은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교과용 도서 검정조사심의회’가 내리기 때문에 정부의 개입 여지는 없다”는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했다.

하지만 이는 교과서 검정과 관련된 일본 정부의 회피성 입장일 뿐이며 기저에는 영토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일관된 입장이 자리하고 있다.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도 독도와 관련된 문제가 생길 때마다 “독도(일본명 다케시마·竹島)는 일본 영토”라는 입장을 거듭 밝혀왔다. 마쓰모토 다케아키(松本剛明) 외상도 지난 9일 취임회견에서 “(독도가) 일본의 고유 영토라는 입장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며 “(교과서 검정은) 일본의 룰에 근거해 확실히 행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지난해 중국과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를 둘러싼 영유권 분쟁에서 참패한 뒤 영토에 관해 강경한 입장을 요구하는 국민의 보수적 여론도 한몫하고 있다. 센카쿠 열도에 이어 러시아와 북방영토(러시아명 쿠릴열도)를 둘러싼 영유권 분쟁을 벌이면서 이같은 여론은 더욱 강해졌다.

여기에 간 총리와 민주당의 위태로운 정치적 입지도 유연한 대처를 불가능하게 했다. 10%대까지 지지율이 급락하고, 내각 총사퇴 압력에 처한 간 총리는 대지진과 원전사태 수습 과정에서도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해 궁지에 몰려 있다.

특히 도이 류이치(土肥隆一) 의원이 이달 초 한국의 독도 영유권을 주장한 한·일 기독교 의원 연맹의 서명에 참가했다가 정치권의 비판 속에 15일 민주당을 탈당한 상황에서 일본정부로서는 영토문제에 관한 한 강경한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다.

최현미기자 ch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