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초·중등 교과서의 독도 관련 기술 내용은 점진적으로 노골화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교과서 검정위원회는 민간 전문가들로 구성돼 있지만 일본 문부과학성의 주도면밀한 계획과 지휘 아래 출판사들이 표현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는 의혹이 적지 않다.

일본은 1950년대 초부터 독도 영유권을 꾸준히 주장해 왔지만 교과서에 처음 등장한 것은 지난 1996년 2월이다. 당시 일본 문부성 검정 중·고교 교과서 5종에 독도를 자국 영토로 표기한 지도가 실렸다. 때를 맞춰 일본 자민당은 그 해 총선을 앞두고 공약으로 ‘독도 영유권을 주장한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는 교과서보다는 일본 정치인들의 독도 관련 망언이 잇따라 터져 나왔다. 모리 요시로(森喜朗) 총리는 2000년 9월19일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말했다가 거센 항의를 받았다. 또 일본 외무성은 외교청서에도 ‘독도 고유 영토설’을 명기했다.

2004년 한국이 독도 우표를 발행하자,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가 직접 나서 “다케시마는 일본 땅”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후 일본 시마네(島根)현 의회의 ‘다케시마의 날’ 제정과 일본 경비행기의 독도상공 진입 시도, 해양조사선 독도 접근, 일본 방위백서 등 독도를 둘러싼 일본의 도발적인 행동은 계속됐다.

일본 문부성은 2006년 3월29일 고교 교과서 제작 출판사에 ‘독도는 일본땅’이라고 명기할 것을 요구하면서 교과서를 통한 개입을 노골화했다. 이어 2008년 7월14일에는 중학교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 독도 영유권을 명기했고, 12월에는 고교 학습지도요령에 ‘일본의 위치와 영역, 국가 간의 관계 등에 대해 이해시킬 것’이라는 표현을 삽입했다.

일본 문부성은 또 2009년 12월25일 고교 지리·역사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도 간접적으로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내용을 넣었고, 지난해 3월30일 초등학교 사회 검정 교과서에는 독도를 자국 영해로 표기했다. 일본 문부성 산하의 교과서 검정위는 4년마다 각급 교과서를 검정하고 있다. 검정위원은 30명으로 대학교수가 대부분이며 정부 파견위원은 없다. 또 문부성이 검정 결과를 직접 발표하는 것이 아니라 회의록을 공개하는 형식을 빌린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검정위를 통해 간접적으로 교과서의 독도 관련 기술을 관리하고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박영출기자 eve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