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 건국 2030주년이 되는 내년 4월 한성백제(기원전 18∼475년)의 역사를 보여 주는 국내 최대 규모의 백제박물관이 서울에서 문을 엽니다. 서울시가 송파구 위례성대로 올림픽공원 안에 지하 3층, 지상 2층의 높이로 건립한 한성백제박물관이 바로 그것이지요. 올해 말까지 유물 확보 및 전시 공사를 마치고 비공개 시범 관람 등을 통한 보완을 거쳐 개관할 한성백제박물관은 모형과 영상 등을 활용해 유물만으로 전달하기 어려운 역사 배경을 쉽고 재미있게 연출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정작 우리 주변에서 서울이 고대국가 백제가 탄생한 곳이며 백제 전체 역사의 3분의 2를 넘는 기간인 493년 동안 수도였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네요. 이는 서울시가 그동안 조선 건국을 기준으로 ‘정도(定都) 600년’을 알리는 데 치중해 왔던 데다 심증은 있지만 확증은 없는 백제 궁궐 대신 도심에 위치한 랜드마크 격인 조선 궁궐이 주는 깊은 인상 때문일 겁니다. 흔히 사람들은 백제 하면 공주·부여를 떠올리지만 두 도시가 백제의 수도였던 기간은 합해도 고작 185년에 불과하지요.

사실 한성백제에 관한 학계의 인식이 바뀐 것도 최근의 일입니다. 지난 1997년부터 시작된 풍납토성 발굴 조사에서 백제의 도성 흔적이 고스란히 드러난 게 계기가 됐지요. 폭 43m, 높이 9m를 웃도는 거대한 토축 성벽과 왕이 제사를 지내는 사당이었을지도 모르는 크고 높은 지상건물, 토기 200여점을 가지런히 빠뜨려 놓은 고급 우물, 잔자갈을 깐 폭 3m의 수레 도로, 기와건물지 등 왕성에서나 볼 수 있는 고대 유적들이 풍납토성 안에서 잇따라 발견됐습니다.

자연히 한성백제박물관 전시 유물은 기와·토기 등 풍납토성 출토품이 중심이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지요. 그런데 이와 관련, 일각에서 무령왕릉 출토품 같은 스타급 유물이나 금관처럼 화려한 유물이 없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들립니다. 4세기 근초고왕 때 최전성기를 구가한 한성백제 수도 서울에서 왜 신라 경주처럼 휘황찬란한 금관이 출토되지 않느냐고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도 있지요.

본디 무덤에서 출토되는 금관·금동관 등의 유물이 서울에서 발견되지 않는 것은 한성백제 왕실의 공동묘지였던 석촌동고분군이 1970년대 강남 개발의 와중에서 제대로 발굴 조사되지 않고 멸실된 탓이 큽니다. 김기섭 한성백제박물관 전시기획팀장은 금동관 1개보다 풍납토성에서 출토된 상·하수관으로 쓰였을 토관 수십개만큼 한성백제 수도의 우수한 도시 인프라를 보여 주는 유물도 없다고 강조하네요. 한성백제박물관이 부여·고구려, 마한, 낙랑, 중국 등 각지에서 모인 여러 종족을 아우른 한국 최초의 다문화 국가였던 한성백제의 진면목을 보여 주는 ‘역사의 전당’이 되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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