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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재난이 닥칠 때면 어김없이 머리를 쳐드는 ‘종말론’이 또다시 스멀스멀 기어나왔다.

일부 네티즌 사이에서는 이번 일본의 대지진이 흑점 때문이라느니 슈퍼문 때문이라느니 하는 얘기가 흘렀다.

천체학자들은 오는 2013년 5월쯤 태양활동이 극대기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데, 벌써 태양의 흑점 폭발이 활발해지면서 일부 통신장애가 빚어지기도 했다.

그런데 이를 넘어서 일본의 지진과 쓰나미도 태양의 흑점과 관련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태양활동으로 방출되는 물질이나 에너지가 지구 내부를 끓게 해 지진이나 쓰나미를 촉발한 것 아니냐는 것인데, 전문가들은 한마디로 낭설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또다른 ‘얘깃거리’는 이른바 슈퍼문(supermoon) 현상.

오는 19일이면 지구와 달의 거리가 약 35만 6,000km 정도로 좁혀져 수십년만에 가장 큰 달을 볼 수 있는데, 달의 인력이 커지면 지진이나 화산활동과 같은 자연재해가 일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역시 전문가들은 한 목소리로 ‘그저 간조와 만조 수위가 약간 차이를 보이는 정도일 것’이라고 우려를 불식시키고 있다.

여기에 이미 호사가들의 귀를 솔깃하게 한 ‘2012년 종말론’까지 곁들여지면서 이야기는 그럴듯한 소설로까지 번진다.

또 한 종교인은 “일본 국민이 신앙적으로 볼 때는 너무나 하나님을 멀리하고 우상숭배, 무신론, 물질주의로 나가기 때문에, 하나님의 경고가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지진이 우상 숭배 탓’이라는 발언은, 커다란 재난으로 시름에 빠진 이웃나라 국민이 전해들으면 어쩌나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진이 물질주의 때문 아니냐’는 지적은 한번쯤 곱씹어볼 만하다.

이번 대지진은 판구조론에 입각한 판운동으로 과학적 설명이 가능하지만 인간의 책임은 없느냐는 것이다.

이를테면 세계 곳곳에 엄청난 규모의 건물들이 들어서고 있는데, 좋은 경관을 확보하고자 주로 해안가에 고층 건물들이 밀집하고 있다.

지구 입장에서, 여러 개 등껍질 가장자리 위 좁은 면적에 수십 층에서 백 층에 이르는 건물들이 여러 동 지어지다 보면 버티지 못할 수도 있다. 근거 불명의 공상이 아니라 지질학을 연구하는 국내 한 학자가 떠올린 가설이다. 물론 아직은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려운 재미있는 연구 과제 중 하나일 뿐이다.

하지만 재앙론에 벌벌 떨고 종말론에 솔깃하느니 이처럼, 몸과 마음이 지쳤을 지구가 얼마나 피곤할까를 걱정해보는 게 나을 듯하다.

<노컷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