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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의료기관 기능 재정립 기본계획’을 발표함에 따라 앞으로 동네의원은 외래환자를 주로 맡고, 병원급은 입원환자를, 대형병원은 암 같은 고도중증환자 중심으로 의료기관의 기능과 역할이 3원화할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보건복지부가 17일 발표한 기본계획에 따르면 의원은 경증·만성질환 위주로 1차의료를 중점 담당하고, 병원은 관절·화상 등 전문병원 체제로 발전하며, 상급종합병원은 중증환자 치료와 연구 중심 병원 체제로 전환된다. 하지만 각 기관을 대표하는 단체들 간의 협의가 부족한 상황이어서 정부 방침이 성공할지, 도면상의 계획으로 남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이번 기본계획의 가장 큰 골자는 의료기관 기능 3원화 추진으로 요약된다. 현재 동네의원은 2만7469개, 30병상 이상 병원은 2182개, 100병상 이상의 종합병원은 274개, 대학병원 등 상급종합병원은 44개. 형식상으로 의원은 외래환자, 병원은 입원환자, 상급종합병원은 중증질환환자를 치료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감기, 고혈압 등 경증·만성질환자까지 상급종합병원으로 쏠리면서 의원은 고사 직전에 있고, 경증환자를 놓고 모든 병원이 경쟁하는 체제로 의료 체계가 왜곡돼 있다. 실제로 상급종합병원 외래 진료 건수 중 의원급에서 치료 가능한 경증질환이 2009년 기준 32.5%에 달하고 상급종합병원 진료비 중 외래 비중도 36.8%에 이른다.

이런 상황에서 발표된 ‘기능 재정립 기본계획’에 따르면 앞으로 의원은 ‘선택의원제’를 통해 노인·만성질환 관리 중심 체제로 전환된다. 병원급에는 관절·척추·뇌질환·대장항문·수지접합·화상 등 9개 질환에 대한 전문병원제도가 본격 도입된다. 내년까지 모두 150개의 전문병원이 지정되며, 호스피스병원·게임중독치료병원·중환자병원·요양병원·재활병원 등의 특화병원도 도입된다.

이와 함께 의료 취약지에 소재한 병원을 거점의료기관으로 지정해 수가 등 각종 우대 조치를 주는 방안도 추진된다. 상급종합병원 중 연구 및 신의료기술 개발 등에 집중하는 병원은 ‘연구중심병원’으로 지정된다. 복지부는 중증환자만 응급센터로 들어가고, 비응급·경증환자는 일반진료로 보내는 ‘신응급실 모델’도 개발하기로 했다.

그러나 보건의료계에서는 정부의 기본계획 발표가 각 이해 집단의 최종적인 합의를 거치지 않은 ‘미완의 계획’이라는 지적이 많다. 실제로 대형병원의 협의체인 대한병원협회 등에서는 “정부 기본계획을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반응이 나오는 실정이다.

김충남기자 utopian2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