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가장 중요한 물이 끊겼습니다. 여진도 걱정되지만 피폭이 제일 겁나요.”

대지진과 원자력발전소 폭발사고까지 겹쳐 피난길에 나선 일본 후쿠시마현 주민들은 여진과 피폭에 대한 공포감을 감추지 못한 채 대피소로 몰려들고 있다.

특히 원전 인근에서 긴급 대피한 피난민들은 후쿠시마현 고리야마시의 농업종합센터까지 달려와 피폭 검사를 받은 뒤 격리돼 지내는 중이다.

고리야마시는 제1원전으로부터 서쪽으로 70km 가량 떨어진 곳으로, 후쿠시마와 도쿄를 잇는 도로와 교차는 곳이다. (도쿄에서 동북쪽으로 250km 정도 거리, 강진과 쓰나미가 강타한 센다이시와는 남쪽으로 127km 떨어짐)

13일 밤 9시 현재 고리야마시에서는 모두 7.282명이 대피소를 찾았고, CBS노컷뉴스 취재진이 찾은 시내 종합운동장에는 680여명이 가득 들어차 마치 전쟁 피난처를 방불케 했다.

녹색 그물망이 둘러쳐진 실내 야구장에서는 300여명이 영상 2도 추위 탓에 여러 겹의 담요를 깔고, 바닥 곳곳에 놓인 10여개의 난롯가에 모여 애써 잠을 청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후쿠시마현 동쪽 해안에서 밤 8시 37분쯤 진도 3 규모의 여진이 발생한 순간, 야구장 천정에 달린 형광등이 휘청거리면서 일부 피난민들이 괴성을 지르기도 했다.

대피소를 찾은 사토우 미사오(72) 사토우 카지요(52.여)씨 부부는 “이런 일은 평생 처음 겪는다. 무엇보다 여진과 원전 피해가 걱정돼 대피소로 급하게 왔다“면서도 ”지난해 한국으로 시집 간 딸 사토우 요우코(34.여)와 연락을 하지 못했다”며 발만 동동 굴렸다.

미사오 씨는 작은 가방 하나에 귀중품만 챙긴 채 집을 빠져나와 사흘째 이곳에 머무르고 있지만 연신 취재진에게 “딸에게 걱정 말라는 말을 전해달라”는 이야기만 되풀이 했다.

식수가 끊기면서 자위대가 공급하는 식수를 확보하기 위해 주민들이 양동이와 비닐봉지까지 들고 줄을 섰다.

음식도 모자랐지만 대피소에서는 주먹밥과 빵, 바나나 외에 다른 특별한 구호 식료품은 준비되지 않은 상황이다. 아들, 딸과 함께 대피소를 찾은 아츠나 하유나미(31.여)씨는 “당장 물이 부족하다. 지금 가장 소중한 게 물”이라면서 “식료품도 내일까지 버틸 것 밖에 남아있지 않다”고 걱정했다.

고리야마시에서는 인근 소방서 대피소에 200여명, 한 초등학교에 400여명이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재난대피상황실은 집계했다.

피난민들은 사태 파악을 위해 TV와 라디오 뉴스에서 눈과 귀를 떼지 못하고 있고, 특히 NHK FM에서는 일본 전역에서 전화수신함을 통해 자신의 이름을 밝히고 찾는 사람의 이름을 부르며, 안부를 전하는 방송이 연이어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와테현에 있다는 이토 사이치씨는 메시지에서 ”나는 잘 있다“며 지인들의 이름을 부르면서 ”다들 걱정된다. 무사하길 바란다. 연락 달라“고 했다.

이곳은 전기가 끊긴 곳이 많아 난방을 위한 등유를 찾는 이가 늘면서 한 사람당 18리터 이상은 팔지 않고 있으며, 통신 상황도 좋지 않다.

<노컷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