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부품을 일본에서 많이 수입하는 국내 반도체업계와 부분적으로 일본 부품을 쓰고 있는 국내 자동차·철강·조선업계는 규모 9의 ‘동일본 대지진’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면서도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반도체 회로부품을 수입하는 일본의 거래기업 몇 곳이 피해를 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현재 1∼2개월 정도의 재고를 확보하고 있다”며 “일본 기업들의 생산라인도 주로 동남아시아에 있어 당분간 부품 수급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도로와 철도 등 피해 복구가 얼마나 신속하게 이뤄지느냐에 따라 수급 차질을 배제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도 “부품 수입거래선이 다변화돼 있고, 일본의 부품 수입 의존도도 30% 미만이어서 큰 피해는 없다”며 “그러나 사태가 장기화하면 부품 수급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반도체와 자동차, 철강, 가전업종은 일본 업체 생산 차질로 반사이익을 얻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박태영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낸드플래시는 공급 차질이 예상되지만 D램 반도체는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며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시장점유율이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동차·조선업계도 일본 부품 네트워크 복구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내 자동차업체들은 일본으로부터 수입하는 부품에 대해 1∼3개월분의 재고를 확보해 놓고 있어 당장의 생산 차질은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국내 주요 업체들은 지금의 생산에는 문제가 없지만 장기적으로 일본 내 2, 3차 부품 생산이 끊길 경우 피해가 전이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선업계는 후판 공급 차질을 걱정하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일본 철강업계 생산이 동일본 대지진 피해를 복구하기 위한 일반용 후판 쪽으로 몰릴 경우 한국 조선업계에 공급되는 특수 후판 생산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예진수·임대환기자 jiny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