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 9의 ‘동일본 대지진’ 이후 일본 엔화가 강세를 보였지만, 이 같은 현상이 오래 지속되지는 못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13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투자자들과 애널리스트들의 말을 인용, “일부 투자자들이 엔화 강세에 놀라고 있지만 이는 단기적 현상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11일 엔화는 달러당 81.90엔 수준으로 전날보다 1엔 이상 상승, 엔화가치가 폭락할 것으로 예상했던 투자자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WSJ에 따르면 이는 일본 기업 등이 복구비용 마련을 위해 본국으로 자금을 송금하면서 엔화 수요가 늘 것이라는 기대가 작용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동일본 대지진이 경제계에 미치는 피해가 크지 않으리란 관측과 1995년 고베(神戶) 지역을 강타한 한신(阪神)대지진 때 엔화가치가 18%가량 오른 전례 등도 영향을 미쳤다는 게 WSJ의 분석이다.

하지만 WSJ는 이 같은 추세는 단기간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우선 원자력발전소 방사능 유출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일본 자산을 매입하는 데 조심스러워질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위기 때 안전자산으로 인식됐던 엔화의 매력도 떨어지게 된다. 특히 복구자금 마련을 위해 일본 정부가 대규모 국채를 발행할 경우, 일본국채 가격과 엔화가치는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사이먼 더릭 뱅크오브뉴욕멜런 외환담당 애널리스트는 “지진과 원전사고 피해로 일본 정부는 국채 발행을 통해 대규모 자금을 만들어 내야 할 것”이라며 “일본은 이미 채무가 국내총생산(GDP)의 200%에 달해 선진국 가운데 최악의 수준이기 때문에 국채 발행은 일본 국가채무에 대한 우려를 더욱 확산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6년 만에 외환시장에 개입했던 일본 중앙은행이 다시 개입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엔화 강세는 일본 수출품의 가격경쟁력 하락을 의미하고, 이는 이미 흔들리고 있는 일본 경제에 더 큰 타격을 입힐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일본 기업들이 본국으로 송금하는 자금도 한신대지진에 비하면 훨씬 소규모에 그칠 것이란 예상이 많다. WSJ는 일본 내 금융전문가 7명의 관측을 토대로, 1995년에 달러당 79.75엔까지 올라갔던 엔화가 이번에는 달러당 80.50~83.00엔 선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성훈기자 taran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