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 9의 ‘동일본 대지진’ 여파로 해외 투자 중인 엔화 자금이 대거 본국으로 환류할 가능성이 대두된 가운데 일본 중앙은행이 14일 총 15조엔에 이르는 유동성을 시중에 공급키로해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상황이 국내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치겠지만 그 정도는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엔화 수요가 급증하면서 엔 캐리 트레이드(낮은 금리로 엔화를 빌려 해외 자산에 투자하는 것) 자금이 대규모로 청산되면서 아시아 및 국제 금융시장에 단기적으로 엔화 경색이 일어나는 등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은행의 대량 유동성 방출로 국제 금융시장에 미치는 파장이 어느 정도 상쇄될 것으로 분석됐다.

곽수종 삼성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엔화의 일본 송금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그 규모가 갑자기 커질 경우 엔화가 투자된 아시아 지역 금융시장에는 영향이 클 수 있다”면서 “일본 중앙은행이 급히 유동성 공급에 나선 것은 정부의 구호자금 조달과 함께 아시아 및 국제 금융시장 유동성 및 엔화 경색 방어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일본의 투자자금이 본국으로 빠져나갈 가능성이 있어 우리 주식시장에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엔 캐리 트레이드 주체가 대부분 일본 개인들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 개인에게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고, 캐리 트레이드가 일본으로 환류해 국제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신 실장은 그러나 “우리나라는 일본자금비중이 크지 않고 비중이 큰 미국은 시장이 크고 아시아는 각국에 퍼져 있다는 점 때문에 세계 금융시장이 흔들릴 정도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 중앙은행의 자금 방출이 오히려 캐리 트레이드보다 경제에 미칠 영향이 클 수 있다”면서 “다만 그 목적이 일본 내 복구와 경기 부양을 위한 ‘국내 수요’인 만큼 국제 금융시장이나 우리나라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히려 엔 자금 비중이 적은 우리나라 주식시장에는 자금 유출 우려보다 일부 종목의 호재 가능성도 제기됐다.

곽 수석 연구원은 “일본 전체 원자로 52개 가운데 10개가 운용 불가인 상황에서 전력 손실로 인해 일본 전체 산업에 영향이 미칠 것”면서 “이에 따라 우리 수출기업 중 전기나 반도체 등 경쟁업체 등은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세영기자 g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