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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모 9의 ‘동일본 대지진’ 발생 이후 첫 거래를 시작한 일본 금융시장이 패닉 상태를 보임에 따라 향후 글로벌 금융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러나 한국 증시를 비롯해 주요 아시아시장은 불안 속에서 비교적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이 같은 안정세가 계속될 수 있을지 관심이다.

14일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개장 직후 9700선까지 붕괴됐던 닛케이225 지수는 일본은행(BOJ)의 유동성 공급에 힘입어 시간이 갈수록 소폭이나마 낙폭을 만회하는 모습이다. 종목별로는 지진 여파로 공장 가동을 중단한 혼다와 토요타 등 자동차업종이 각각 11%씩 급락하고 있다. 소니는 13% 빠졌으며, 후쿠시마(福島) 원자력발전소를 운영 중인 도쿄전력(TEPCO) 역시 11%의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노무라증권은 이날 닛케이 지수가 7%가량 급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냈다. 보고서는 “이번 지진으로 인한 증시의 급격한 조정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 “닛케이 지수가 최하 9500선까지 밀린 후 반등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본 증시를 제외한 다른 아시아·태평양 지역 주요 증시는 의외로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다만 코스피지수는 이날 20포인트 가까운 장중 등락폭을 보여 내부적으로는 불안감이 가시지 않은 상태다.

이날 오전 코스피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6.46포인트(0.33%) 내린 1949.08로 거래를 시작했지만 곧바로 상승세로 돌아서 오전 10시 현재 전거래일 수준을 회복했다. 오전 10시 현재 대만 TWI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40.60포인트(0.47%) 상승한 8608.42를 기록했다. 호주 ALL지수의 경우 40.30포인트(0.85%) 하락한 4694.5를 기록 중이다.

배성영 현대증권 연구원은 “주식시장의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있지만 일본 대지진이 우리나라를 비롯한 글로벌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한국투자증권은 이와 관련, 1995년 1월17일 발생한 고베(神戶) 대지진의 사례를 들어 엔화가 단기적으로 강세, 중기적으로 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김정훈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고베 대지진 때 보험금 지급 증가, 일본 투자자의 자금 회수 증가 등의 영향으로 엔화는 일시적인 강세를 보였다가 약세로 돌아섰다”며 “이번에도 이러한 패턴을 반복할 것으로 보이지만 1995년 당시와 비교했을 때 일시적인 엔화 강세는 약할 가능성이 높고 오히려 중기적으로 엔화 약세 흐름이 전개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한편 우리 기업은 단기적으로 반사 이익을 얻게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측됐다. 박중제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우리 수출 주력 기업들은 현재 일본과 치열한 경쟁 관계에 있다”며 “따라서 일본 대지진은 우리 기업들에 단기적인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유회경·임정환기자 yoolog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