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 9의 ‘동일본 대지진’과 지진해일(쓰나미)로 원자력발전소가 폭발하고 산업시설이 화마에 휩싸이는 등 일본 열도가 초토화되면서 우리나라 동해안 지역도 강진과 쓰나미에 대한 공포감에 휩싸이고 있다. 경북, 강원, 울산 등 동해안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 일본 서북부나 동해에서 대형 지진이 발생할 경우 동일본 대지진 사태와 같은 참상에서 비켜갈 수 없다는 불안감이 싹트고 있다.

특히 저지대에 형성된 인구 50만명의 경북 포항시는 동해에서 규모 7.0 이상의 강진이 발생, 3~4m 높이의 쓰나미가 닥치면 도심이 초토화될 것으로 예측되면서 주민들의 불안감은 가중되고 있다. 중앙·송도·죽도동 등 도심 대부분이 해발 평균 1m 안팎에 불과해 침수 피해로 흔적도 없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포항시청 재난상황실에는 지난 11일 동일본 대지진 이후 14일에도 주민들의 안전지대 대피 요령을 묻는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오모(42·포항시 해도동)씨는 “쓰나미에 대비해 대피소를 확인하고 가족들에게 안전한 곳으로 이동하는 방법을 알려줬다”고 밝혔다.

강원도 주민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 박모(73·삼척시 원덕읍 노곡리)씨는 “지진과 쓰나미는 이제 남의 일이 아니다”며 “하루빨리 완벽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안심하고 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주민 불안은 커져가지만 해변 길이가 무려 6㎞에 달하는 강릉시 경포지역의 경우 쓰나미 안내판은 1곳만 설치돼 있는 등 강원 동해안 주요 항·포구와 해변 등에 설치된 쓰나미 대피 안내판은 찾아보기 힘들다.

경북 울진·경주, 부산 기장군 고리 등 국내에서 가동중인 21기의 원전 중 14기의 원전이 위치한 동해안 일대 주민들은 국내 원전의 안전성에도 의구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경주 월성원전의 경우 5㎞ 떨어진 곳에 활성단층이 있고 원전 가동 이후 중수 누출사고까지 발생한 적이 있어 주민들은 전에 없이 불안해하고 있다. 월성원전 인근 주민 신모(60·경주시 양남면 나아리)씨는 “주민들과 함께 월성원전의 안전성 여부 점검을 월성원자력본부에 촉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2개의 대형 정유공장과 100여개의 석유화학업체가 밀집해 있는 울산지역 주민들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들 공장과 불과 5㎞ 안팎에서 생활하고 있는 이모(42·남구 삼산동)씨는 “울산지역 공장에는 석유 등 화재에 취약한 물질뿐 아니라 각종 유독화학물질도 많이 다루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지진으로 인한 폭발시 시내로 날아오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며 걱정했다.

포항 = 박천학·강릉 = 고광일·울산 = 곽시열기자 kobbl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