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무서웠지? 14일 오전 인천 중구 운서동 인천국제공항에서 동일본 대지진을 피해 일본에서 귀국한 손녀를 할아버지가 반갑게 맞이하고 있다. 인천 = 심만수기자 panfocus@munhwa.com

“센다이(仙臺)에 계신 부모님 집이 모두 파손돼 차에서 지낸다고 하니 걱정입니다. 일본으로 돌아가도 센다이까지 들어갈 방법을 찾을 일이 막막할 뿐입니다.”

규모 9의 ‘동일본 대지진’ 나흘째인 14일 오전 서울 강서구 공항동 김포공항 국제선청사 3층 탑승장. 일본 하네다(羽田)공항으로 향하는 오키 아키라(25)는 “부모님들이 가스, 전기뿐 아니라 식량과 물도 없어 고생이 크신 것 같다”며 무거운 표정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날 오전 김포를 출발해 도쿄(東京)로 향하는 3편의 비행기에 탑승하려는 일본인들의 표정에는 침통함과 불안감이 묻어났다. 지바(千葉)현에 거주하는 미요 우시다(여·30)는 “한국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라며 “돌아가기 두려워 한국에 더 체류할 생각도 했지만 부모님들이 불안해하고 계셔서 돌아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전날 오후 국제선 입국장은 일본을 탈출해 서울로 돌아오는 한국인들과 이들을 기다리는 가족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도쿄로 여행을 떠났던 딸을 기다리던 백모(55)씨는 “딸이 지난 금요일 아침 비행기로 도쿄에 갔는데 짐을 풀자마자 지진이 났고 연락은 하루종일 안 됐었다” 며 “발을 동동 구르다가 간신히 비행기 좌석을 구해 들어오게 됐다”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4년간 일본에서 유학한 양택진(30)씨도 “금요일 오후 건물이 사정없이 흔들려 밖으로 뛰쳐나왔는데 그 순간 사방에서 건물 유리창이 깨져나갔다”고 끔찍했던 당시 순간을 전했다.

도쿄에 체류 중이던 유명인들도 급히 귀국길에 올랐다. 팬미팅차 일본에 갔다 이날 돌아온 가수 김정훈(31)씨는 “지난 금요일 스튜디오 엘리베이터를 탔을 때 지진이 났다”며 “엘리베이터가 흔들리고 건물 여기저기서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고 아찔했던 상황을 전했다. 지휘자 정명훈씨는 “공연이 있어서 도쿄에 머물다가 들어왔다” 며 “피해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고 말했다.

한편 평소 일본인 관광객들로 붐비던 서울 중구 명동과 관광지들은 일본인들이 예약을 취소하면서 한산한 모습이었다. 명동의 한 호텔에서 만난 다쓰미 와다(45)는 “지진 피해로 관광을 오기로 했던 사람들이 많이 못 온 것 같다”고 말했다. 명동 화장품가게 직원 김모(26)씨는 “일요일엔 일본인들로 매장이 꽉 차야 되는데 오늘은 몰리지 않는다”며 “일본인 관광객이 50%는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채현식·유민환·노기섭기자 hscha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