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프랑켄슈타인’(왼쪽부터), ‘베르사유의 장미’, ‘영웅’이 2024년 티켓 판매액 순위에서 국내 창작 뮤지컬의 자존심을 지키며 톱10 안에 이름을 올렸다. EMK뮤지컬컴퍼니·㈜에이콤 제공

‘베르사유…’등 창작뮤지컬 3편
작년 티켓판매액 10위권 랭크

주·조연 배우들의 1인 2역 연기가 돋보이는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남장 여자’라는 독특한 소재와 베르사유 궁전이 떠오를 정도로 화려한 무대 연출을 보여준 ‘베르사유의 장미’. 독립운동가 안중근이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고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뮤지컬로 풀어낸 ‘영웅’.

지난해 티켓 판매금액 상위 10개 뮤지컬에 이름을 올린 국내 창작 뮤지컬이다. 박병성 평론가는 “한국 뮤지컬 시장에서 라이선스 작품 수는 전체의 20∼30%에 불과한데 시장 점유율은 50% 이상 된다. 지난해처럼 10위권 내 두세 작품이 들어가 있다는 건 주목할 만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라이선스 작품의 공세 속에서도 관객들의 선택을 받은 창작 뮤지컬들의 매력은 무엇일까.

‘프랑켄슈타인’은 지난해 6월 10주년 공연을 올릴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이다. 초연 당시 제8회 ‘더 뮤지컬 어워즈’에서 9개 부문을 수상했다. 메리 셸리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지만 대부분 내용은 국내 창작진에 의해 새롭게 탄생했다. 해외 작품 못지않은 대형 무대와 배우들의 1인 2역 연기가 관람 포인트로 꼽힌다. 주인공 빅터와 격투장 주인 자크, 앙리와 괴물 등 배우들이 전혀 다른 성격의 역할을 1인 2역으로 연기한다. 유준상, 신성록, 규현, 전동석 등 믿고 보는 배우들이 출연해 공연을 빛냈다. 제작사 EMK뮤지컬컴퍼니의 김지원 프로듀서는 “원작을 비틀어 전개되는 서사는 물론 전 배역 1인 2역이라는 독특함, 그리고 중독성 있는 멜로디의 음악이 사랑받은 요인 같다”고 설명했다.

‘베르사유의 장미’는 초연 작품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동명의 일본 인기 만화를 뮤지컬화한 작품이다. 프랑스 혁명 시기 남장 여자 근위대 장교로 살아가는 주인공 오스칼의 성장기를 다뤘다. 시대를 재현한 의상과 장식 등 뛰어난 연출이 돋보인다. 막강한 티켓 파워를 가진 옥주현이 부르는 ‘넌 내게 주기만’의 ‘5단 고음’도 화제였다. 이를 증명하듯 1차 티켓 오픈 직후 예매율 1위를 기록했다. 제작사 EMK의 김 프로듀서는 “프랑스 귀족 사회를 담아낸 화려하면서도 아름다운 무대와 의상, 웅장한 음악”을 작품의 매력으로 꼽았다.

창작 뮤지컬의 대표격으로 꼽히는 ‘영웅’은 지난해 15주년 기념 공연을 했다. ‘단지동맹’ ‘누가 죄인인가’ 등 주요 넘버는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지 오래다. 우리 시대의 영웅이란 어떤 존재인지 질문을 던지는 메시지도 주요 관람 포인트다. 안중근 역을 맡은 정성화는 이 작품의 상징적인 인물이 됐다. 그래서 영화로 만든 ‘영웅’에도 안중근으로 출연했다. 안중근의 일대기를 다룬 만큼 어린 학생들이 단체 관람을 하는 경우도 많다. 제작사 에이콤의 윤홍선 대표는 “교육적 측면에서 초·중·고생들의 관람이 많아졌다”며 “가족 단위나 학교에서도 단체로 공연을 보러 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한국 뮤지컬의 성장과 잠재력을 더 높이 평가하고 있다. 원종원 순천향대 공연영상학과 교수는 “우리는 K-팝, K-드라마 등 인기 있는 ‘원 소스’를 많이 확보하고 있고 이런 작품으로 뮤지컬을 만들면 부가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다”며 “우리로서는 아주 큰 보물 상자를 안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유진 기자 yujink021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