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 9의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한 지 나흘째를 맞은 14일 일본 정부와 각국의 구조팀이 구조작업을 본격화했지만 수몰 지역이 광범위해 접근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피해지역이 밀집한 미야기(宮城)현의 나토리(名取)시에서는 수백명이 고립돼 구조를 기다리고 있다. 전날 자위대원들이 양로원, 학교 등에 진입을 시도했으나 건물 주위가 물에 잠겨 있어 접근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50여명이 고립돼 있는 한 양로원에서는 보트를 탄 자위대원들이 건물에 접근하지 못해 구조에 실패하기도 했다. 나토리 소방서의 한 직원은 “노인들의 체력이 버텨줄 수 있을 지 걱정”이라고 했다.

원자력발전소의 방사능 누출로 대피령이 내려진 후쿠시마(福島)현의 소마(相馬)시에서는 건물마다 분산돼 있는 고립인원을 구출하기 위해 헬리콥터를 이용하고 있지만 속도가 더디다. 소마시의 담당자는 “도로는 침수돼 있고 그마저도 자갈더미에 막혀 있다”며 “바닷가의 마을에는 들어갈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해일주의보가 해제된 것은 불행 중 다행이다. 미야기현의 오노데라 코난 위기관기관은 “해일주의보가 전부 해제돼 지금까지 보다는 구조가 진척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그렇지만 물이 빠지지 않는 한 헬리콥터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지진해일 피해를 입은 도시가 많이 있는데 고립된 지자체로부터 연락이 오지 않고 있다”고 우려했다.

센다이(仙臺)시에서는 이날 오전 일찍부터 구조대가 진흙에 뒤덮인 주택, 찌그러진 트럭, 엉킨 전선 사이에서 시신을 끌어내는 장면이 목격됐다. 생존자들은 폐허가 된 집을 찾아 망연자실한 모습으로 가재도구를 찾기도 했다고 현지 언론과 외신들은 전했다. 리쿠젠다카타(陸前高田)시에 살고 있는 요시다 마사히로(65)는 “평소에는 바다가 보이지도 않았던 동네였는데…”라며 집이 사라진 길거리에서 흩어진 물건들을 찾고 있었다. 피난민들은 가족과 이웃과 연락이 두절된 상태로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김하나기자 han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