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도 음식도 부족합니다. 비스켓 한 조각으로 버티고 있어요.”

규모 9의 ‘동일본 대지진’으로 삶의 터전을 잃은 피난민들이 추위와 배고픔을 호소하고 있다.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한 지 4일째를 맞았지만 피해를 본 일본 동북부 각지의 피난소에 구호물자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어 물자부족이 심각해지고 있다.

미야기(宮城)현 미나미산리쿠(南三陸)의 시즈카와초교에서는 젊은 남성들이 주택 위에 쌓인 자갈더미를 헤치고 등유를 구해오거나 부서진 자동판매기에서 음료수를 가져와 1200여명의 피난민들에게 배급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좁은 공간에 몰려들면서 피난민들은 누울 공간조차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 학교에서는 일인당 6.6㎡ 남짓한 공간을 사용하고 있다. 주민 사사키 조헤이(69)는 “이전에도 지진해일(쓰나미) 경보로 학교에 대피한 적이 있었지만 이번처럼 사람이 흘러넘치는 듯한 느낌은 처음”이라고 전했다.

피난민들이 몰려든 미야기현 이시마키(石卷)시의 스미요시중학교는 해일이 덮치면서 주위가 물에 잠겨 고립된 상태다. 13일 오전에야 수몰지를 뚫고 구호품이 도착해 대지진 이후 처음으로 음식이 배급됐지만 양이 턱없이 부족하다. 3일간 비스켓 한 조각을 먹고 버틴 사람이 있을 정도다.

쓰나미로 마을이 수몰된 이와테(岩手)현 리쿠젠다카타(陸前高田)시 시립제1중학교에는 950여명의 주민들이 모여 있지만 식량은 이미 떨어졌다. 대책본부 대표인 나카이 쓰토무(61)는 “가지고 있는 것이 없어서 지원물자가 올 때가지 기다리고 있다”며 “쌀이 부족하고 야채도 필요하지만 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안타까워했다. 음료수가 담긴 페트병을 손에 쥐고 있던 20대 남성은 “피난소 근처에 상점이 있던 자리를 찾아가다가 길에서 주웠다”며“물도 먹을 것도 없어서 2시간이 넘게 찾아다녔다”고 했다.

밤이 되면 극심한 추위가 주민들을 괴롭히지만 난방을 하거나 따뜻한 음식을 먹을 방법은 없다. 피난소 관계자들은 발전기, 난방기구를 사용하기 위한 가스, 휘발유 등이 시급히 필요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김하나기자 han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