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 속에도 희망은 있었다. 규모 9의 ‘동일본 대지진’으로 수만명이 희생됐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지진해일(쓰나미)의 직격탄을 맞은 이와테(岩手)현에서 새생명이 태어났다. 아사히(朝日)신문은 지난 12일 오전 고바야시 유카(여·28)가 이와테현 미야코(宮古)시의 미야코병원에서 여자아이를 출산했다고 14일 보도했다.

도쿄(東京)에 살고 있는 고바야시는 고향인 미야코시에 내려가 어머니, 할머니와 함께 출산을 준비하는 중이었다.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한 11일 오후 2시46분엔 혼자서 시내의 노래방에 있었다. 매일 이 시간에 바다를 보면서 해안을 산책하는 것이 그의 일과였지만, 이날 만큼은 “출산 전에 좋아하는 노래를 불러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노래방을 찾았다고 했다. 첫 곡을 부르려는 순간, 갑자기 건물이 요동치며 그를 덮쳐왔다. 밖으로 뛰쳐나간 그는 만삭의 몸으로 어머니와 할머니가 살고 있는 집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좋아했던 해안의 산책코스, 방금 전까지 노래를 불렀던 노래방은 이미 파도에 휩쓸려 바닷물에 잠겨 있었다. 이날 밤 피난지인 현립 미야코병원 주차장에서 진통이 시작됐다. 고바야시는 “피해자가 계속 실려오고 있는 병원에 내가 짐이 될 수는 없다”는 생각으로 이를 악물고 통증을 참았다. 몇 시간을 버티고 버티다, 오전 3시가 돼서야 그는 병원으로 뛰어들었다.

여진이 이어지고 있던 12일 오전 6시57분 2.5㎏의 건강한 딸이 태어났다. 고바야시는 “태어난 아이가 있지만 바다에 휩쓸리고 돌아가신 분들이 있다”고 안타까워하면서 “이 따뜻한 생명을 사랑하면서 키워나가겠다”고 다짐했다.

도쿄 = 박준희특파원 vinke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