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출근은 하는데, 제대로 사무실까지 도착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지난 11일 규모 9의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한 후 도쿄(東京) 시민들이 맞은 첫 출근길은 ‘대혼란’ 그 자체였다.

지진에 이어 후쿠시마(福島)현의 원자력발전소에서 폭발이 일어나는 등 전력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자, 일본 당국은 도쿄 등의 지역에서 윤번정전(지역별 순환 정전)을 실시해 주요 교통 수단인 전차 운행률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뿐만 아니라 도쿄 관내 주요 버스도 여진 등의 우려로 운행률을 감소시켰고, 발이 묶인 출근객들은 택시 정류장으로 몰려들거나 자가용을 몰고 나와 정체된 도로 위에서 시달려야 했다.

14일 오전 동일본 대지진 후 첫 출근길에 나선 도쿄 시민들의 표정은 한결같이 굳어 있었다. 지진으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에서는 벗어나 있지만 전력 공급 차질로 전차 운행이 감소되는 등 출근길이 순탄치 않기 때문이다.

이날 오전 도쿄 중심부 우에노(上野)역에서 만난 니에다(38)씨는 “도쿄 중심부는 그나마 정전 대상에서 제외돼 있지만 지바(千葉)시는 오후에 윤번정전이 예정돼 있어 퇴근길이 더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도쿄 중심부보다 외곽의 ‘베드타운’에서의 출근길은 더더욱 어려운 상황이다.

도쿄 북쪽에 인접해 있는 사이타마(埼玉)현에서 통근한다는 한 전차 승객은 “전차가 없어 택시를 타고 도쿄 관내까지 들어왔다”며 “택시도 1시간 넘게 줄을 서 있다가 겨우 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승객에 따르면 도쿄 외곽의 도시에서는 출근을 위해 오전 6시 전후부터 전차를 타지 못한 출근객들이 전차역 앞 택시 정류장에서 수십~수백미터의 줄을 서고 있다고 전해졌다.

반대로 도쿄 중심부에서 외곽으로 출근하는 사람들은 또 다른 걱정을 안고 있다. 낮 시간대에 정전이 예정된 지역에서는 근무 시간 중 정상적인 업무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자가용 승용차를 이용한 출근길도 쉽지는 않았다. 대중교통 운행률 감소가 예상되자 많은 사람이 승용차를 몰고나와 도로정체가 빚어졌기 때문이다.

우에노역 인근에 대기 중이던 한 택시 기사는 “새벽에 사이타마에서 내려오는 승객을 태우고 왔는데 큰길에서는 승용차와 택시, 버스가 뒤엉켜서 거의 움직이지 않아 우회하고 또 우회해 평소의 2배 넘게 시간이 걸렸다”며 “길이 잘 통해야 승객을 더 많이 태울 수 있는데 큰일이다”고 말했다. 우에노에서 도쿄 북부 오오타시 지역으로 출근한다는 한 회사원은 “사무실이 있는 지역이 오후 1~3시 사이에 정전이 예정돼 있다”며 “컴퓨터와 엘리베이터, 은행 ATM 등이 모두 정지될 것 같은데 일을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도쿄 = 박준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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