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 9의 ‘동일본 대지진’으로 폐허가 된 일본을 지원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손길이 잇따르고 있다.

88개 국가와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세계식량계획(WFP), 이슬람권의 적십자격인 적신월사 등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대재앙 앞에서는 국경, 인종, 종교의 벽도 사라져버렸다.

13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주요 8개국(G8) 외무장관들은 14일 프랑스 파리에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재난사태에 직면한 일본에 대한 긴급지원 문제를 논의한다. 이 회의에는 마쓰모토 다케아키(松本剛明) 일본 외상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최신예 핵추진 항공모함인 로널드 레이건호를 비롯한 7척의 군함을 보내 13일부터 현지에서 구조지원활동을 시작했다. 미국은 3만8000명의 주일 미군과 각종 중장비, 구호물자들을 총동원해 일본을 지원하기로 했다. 레이건호가 실어온 헬기 두 대는 일본 자위대 소속헬기 한 대와 함께 3만명 분의 긴급 식량을 운반하기 시작했다.

미 국무부 산하 대외원조기관인 국제개발처(AID)는 각각 72명으로 구성된 재난대응팀과 인명수색구조팀 등 2개조 144명을 일본에 급파했다. 인명수색구조팀은 최근 뉴질랜드 지진 현장에서도 활동했으며 75t 규모의 수색장비와 구조견들도 갖추고 있다.

독일은 40명의 수색·구조팀과 수색견 3마리, 15t 분량의 지원 장비를, 스위스는 설계전문가를 포함한 25명의 지원 인력과 수색견 9마리 등을 각각 보냈다. 영국도 13일 수색·구조팀 59명, 수색견 2마리, 11t 분량의 구조장비를 출발시켰고, 프랑스는 민간인들로 구성된 지원팀을 보내겠다고 밝혔다. 호주도 원자력 전문가들을 보내는 한편 현지에 자급 가능한 야전병원 시설, 사망자 식별팀 등을 보냈다.

해상 영토 분쟁으로 일본과 외교갈등을 빚었던 중국, 러시아도 구조에 적극 나서고 있다.

4t 분량의 지원 물자 및 장비를 싣고 온 중국 구조팀원 15명은 반노 유타카(伴野豊) 외무성 부대신의 영접을 받으며 13일 도쿄(東京) 하네다(羽田)공항에 도착했다. 중국 네티즌들도 “쓰촨(四川) 대지진 때 보여준 그들의 행동이 고마워 일본을 미워하지 않는다”며 정부의 신속한 지원을 촉구했다. 중국 적십자사는 100만위안(약 15만 달러), 중일우호협회 등 친선 단체 2곳은 10만위안을 각각 기부키로 했다.

중국은 2008년 5월 쓰촨대지진 당시 일본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은 바 있어 동일본 대지진 사태를 계기로 그동안 영토분쟁으로 감정이 좋지 않은 양국관계가 해소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러시아는 발전시설이 피해를 당하면서 전력난을 겪고 있는 일본의 요청에 따라 천연가스 공급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고르 세친 러시아 부총리는 현재 다른 나라와 계약된 10만t 규모 유조선 2대를 일본으로 긴급 전용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이란 적신월사(IRCS)도 각종 약품과 식료품을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며 이 같은 지원 계획을 국제 적신월사와 일본 적십자사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현미기자 alway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