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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모 9의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손실이 보험가입 자산 기준으로 346억달러(약 38조8700억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이같은 피해규모는 지난해 세계 보험업계가 전세계에서 발생한 모든 재난에 대해 지급한 보험금과 거의 같은 수준이며, 지난 2005년 미국을 강타한 허리케인 ‘카트리나’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것이다. 이에 따라 동일본 대지진 보험금 지급으로 인해 세계 보험업계의 가격하락 추세가 역전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은 동일본 대지진 피해복구 비용을 1995년 한신(阪神)대지진의 9조6000억엔을 능가한 10조엔(약 135조원)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로이터통신 등은 13일 미국 리스크 분석업체 ‘에어(AIR) 월드와이드’의 추산을 인용,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피해가 보험에 가입된 자산 규모로 계산했을 때 최소 145억달러에서 최대 346억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1994년 미국 캘리포니아 노스리지 지진(보험금 지급액 약 150억달러)을 넘어, 보험금 기준으로 현대사에서 발생한 지진 가운데 가장 피해가 큰 규모다.

또 범위를 모든 재난으로 확대할 경우, 동일본 대지진은 허리케인 카트리나(보험금 지급액 약 710억달러)에 이어 1970년 이후 ‘두 번째로 많은 비용이 드는’ 참사다. 이와 관련, 에어 월드와이드는 “AIG 같은 보험사와 뮌헨 리 같은 재보험사들은 일정 정도 손실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에어 월드와이드는 특히 이날 발표한 보험가입 자산 손실 추계가 ‘초기 집계’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에어 월드와이드에 따르면 이번 분석을 위한 모델링 과정에는 지진 자체의 영향만 반영됐을 뿐, 쓰나미로 인한 피해와 원전 폭발 등으로 인한 피해는 고려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쓰나미 피해 등을 반영하면 전체 손실 규모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에어 월드와이드 관계자는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 인터뷰에서 “수색 및 구조작업이 여전히 진행 중이고, 피해에 대한 평가는 이제 시작됐을 뿐”이라고 말했다.

한편 동일본 대지진의 영향으로 수년간 지속돼온 세계 보험업계의 가격하락이 멈추고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애널리스트들은 보험시장 가격하락 추세를 역전시키려면 500억달러가 소요될 만한 사건이 필요하다고 분석해왔다. 그런데 올들어 뉴질랜드 지진으로 100억달러 이상의 보험금이 지급되게 됐고, 중동 정세불안으로 인한 보험업계 손실도 80억~100억달러로 추산되고 있다. 여기에 동일본 대지진 보험금 346억달러를 합치면 500억달러가 넘게 된다.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 관계자는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이번 지진으로 인한 보험업계 손실은 보험사들의 상품가격 인상을 가져오기에 충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훈기자 taran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