탤런트 고 장자연씨의 지인이라고 주장하는 전모(가명 왕첸첸·31)씨가 보관하며 재판 탄원서로도 제출한 장씨의 편지에 대한 경찰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편지의 진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50통, 230여장에 달한다고 알려진 편지의 일부 또는 전부가 위조된 것으로 드러날 경우 추가로 제기된 성 접대 의혹의 상당 부분이 해소되는 것은 물론, 편지를 공개한 측에 대한 비난이나 법적 책임 문제가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경기지방경찰청과 분당경찰서는 지난 9일 광주교도소에 수감된 전씨의 감방을 압수수색해 장씨가 쓴 원본으로 추정되는 편지 23장과 편지 봉투 20여장, 신문 스크랩 70여장 등 2박스 분량의 물품을 압수했다.

경찰은 이 중 편지와 편지 봉투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 보내 장씨의 필적 및 지문 감정을 의뢰, 이르면 다음 주초 진위가 판명될 예정이다.

경찰과 장씨 사건을 담당한 법조인들 사이에선 편지의 일부는 진본일 수도 있으나 두 사람의 관계나 당시 상황 등을 감안하면 일부 편지가 위조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우선 장씨가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었다 해도 특수강도강간범으로 6년을 복역하고 교도소를 4곳이나 전전했던 전씨에게 무려 50통의 편지를 보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편지 내용도 이런 의구심을 짙게 한다.

성 접대 과정에서 수치심을 느껴 자살한 장씨가 지나치게 직설적인 표현을 구사한 것이나 수준 낮은 문장과 같은 내용을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발목이 잡혔다고 말할 정도로 성 접대 사실을 비밀에 부치려 한 장씨가 친구라지만 성범죄 전과자에게 성 접대 내용을 낱낱이 전달한 것도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전씨가 장씨 관련 기사 스크랩을 70장이나 갖고 형광펜으로 내용을 꼼꼼히 체크한 점은 전씨가 편지를 위작했을 가능성을 보여 주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경찰은 스크랩 기사와 문제의 편지 문건에서 참고하거나 인용한 흔적을 찾고 있다. 한편 경찰은 글씨가 훼손돼 필적 감정이 어려워진다는 이유로 압수한 편지에 대해 지문 감식을 하지 않기로 했다.

수원 = 김형운기자 hw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