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술핵무기의 한반도 재배치 논란이 최근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현행 ‘핵우산’하에서도 핵억지 기능은 충분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현재에도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핵억지력을 사용할 수 있으며, 5분여 시간차밖에 없다는 논리다. 하지만 북한 비핵화 진전을 위해 전술핵을 지렛대로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정부 관계자는 2일 “전술핵무기가 군산에 있든, 일본 오키나와(沖繩)에 있든 간에 실질적인 핵억지력 차원에서는 아무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또다른 정부 관계자도 “전술핵무기가 한반도에 없어서 필요 시 핵을 못 쓰는 상황이 아니다”면서 “몇분 정도 시간차가 있을지 모르지만 핵우산하에서도 전술핵 옵션은 이미 준비돼 있다”고 말했다. 지난 1991년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이후 군산에 배치돼 있던 전술핵이 철수됐지만, 2009년 6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확장된 억지’ 명문화 등 ‘핵우산’이 강화되면서 실질적으로는 전술핵을 언제든지 활용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또 군사시설 타격 등을 위한 단거리 미사일 등에 장착되는 소형 핵무기를 의미하는 전술핵은 미국의 공격형 항공모함이나 장거리 미사일, 전폭기 등으로도 충분히 운반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미가 전술핵 재배치를 “전혀 검토한 바 없다”고 밝히고 있는 것도 유용성이 별로 없다는 이같은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전술핵 재배치는 복잡한 한반도 정세와 맞물리면서 당분간 논란을 낳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 비핵화가 진전이 없는 상황인 데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적 시각이 커지고 있는 만큼, 결국 전술핵을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핵억지력 강화, 핵 재처리 등과 같은 ‘핵주권’ 요구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2009년 2차 핵실험, 지난해 천안함 침몰 사건과 연평도 포격 도발 등 북한의 잇따른 도발 이후 남북 비대칭 전력 불균형을 시정해야 한다는 군쪽 요구도 강하다.

신보영기자 boyoung2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