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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배괭이 등 적어도 4000년 이전 신석기시대에서 청동기시대로 넘어가는 단계의 석기로 추정된다.’ ‘석기인지 아닌지 알 수가 없다.’

지난 2010년 6월 4대강살리기 연계사업으로 추진 중인 경남 함안 덕남지구 농경지 리모델링 사업부지에서 출토된 추정 석기에 대한 전문가들의 엇갈린 감정 결과입니다. 영남의 한 매장문화재 전문조사기관이 낙동강 함안보 인근 충적지 74만1000㎡(22만4153평)에 대한 유적 분포확인조사에서 찾은 이들 추정 석기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4대강살리기 사업 구간 내 문화재 조사를 놓고 진행된 고고학계와 문화재청 간 갈등의 도화선이 됐지요.

사실 이들 추정 석기는 조사기관이 유구(遺構·옛 건축물의 흔적)의 존재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토층을 굴착기로 파내려가다 약 지하 6.5m 지점에서 발견한 것입니다. 해당 조사기관은 저습지 위에 흙을 덮어 논으로 사용한 곳으로 물만 솟아 나오고 유적은 찾기 어려웠다고 말하네요. 미완성 형태나마 석기로 추정할 수 있는 것도 1~2점밖에 안 됐고 유구는 물론, 함께 출토되는 토기 등의 유물도 없어 문화재위원회의 심의에서 2m 이내로 흙을 덮어 보존하고 추후 현상 변경이 있을 때 다시 발굴하도록 결론이 났습니다.

함안 덕남지구 출토품이 여론의 이슈가 된 것은 지난해 9월 영남고고학회가 문화재청과의 간담회에서 문제를 제기하면서부터지요. 간담회에 참석한 고고학자들 사이에서 사적 제486호인 창녕 비봉리패총과 유사한 국보급 유적이 될 가능성도 있는 만큼 물막이 공사를 해서라도 유적을 발굴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고 합니다. 급기야 전국 대학의 고고학 전공 교수 30명은 같은 해 11월1일 ‘4대강 문화재살리기 고고학 교수 모임’ 명의로 정부가 4대강살리기 사업을 강행하면서 인류 문명의 터전인 강 주변 충적지 조사를 제대로 실시하지 않고 있다는 성명서를 발표했지요.

하지만 함안 덕남지구 출토품이 석기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견해가 제시되면서 상황은 다시 변했습니다. 결국 문화재청은 한국구석기학회·신석기학회·청동기학회로부터 2명씩의 전문가를 추천받아 지난 1월24일 함안 덕남지구 출토 추정 석기 12점에 대한 진위 판별 자문위원회를 개최했지요. 한국구석기학회장인 박희현 서울시립대 교수 등 총 6명의 자문위원들은 ‘확실히 석기로 추정되는 것이 없어 판별이 어려우나 12점 중 그나마 4점 정도에 인위적인 가공 흔적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감정했습니다.

또 다른 한 고고학자는 함안 덕남지구 출토품이 석기일 가능성은 없다고 잘라 말하네요. 이러자 일반 석재를 추정 석기로 보고한 조사기관이나 애매모호한 태도를 취한 문화재청을 비난하는 목소리도 들립니다. 국내 고고학자들이 과연 석기를 제대로 판별하지 못할 정도로 수준에 문제가 있는 것일까요, 아니면 4대강살리기 사업 반대라는 명분에 휘둘린 것일까요. 4대강살리기 사업 때문에 유적이 사장되는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됩니다. 동시에 진리를 탐구해야 할 학자의 자세에 대한 고민도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요.

yccho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