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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극작가 몰리에르(1622~1673)의 대표작 중 하나인 ‘동 주앙’이 3월10일부터 4월3일까지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오른다. 지난 1979년 한국에서 초연된 이후 무려 32년 만에 공연되는 것이다.

명동예술극장 제작으로 최용훈씨가 연출을 맡은 이번 공연엔 동 주앙 역에 김도현·이율씨가 더블캐스팅됐고, 원로배우 권성덕씨가 동 주앙의 아버지 동 루이 역을, 명품조연배우 정규수씨가 동 주앙의 비서실장 스가나렐 역을 맡아 열연한다. 특히 권씨는 1979년 초연 때에도 동 루이 역을 맡아 국립극장 무대에 선 바 있어 연극 ‘동 주앙’과 남다른 인연을 갖고 있다.

최용훈 연출은 16일 명동예술극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동 주앙’은 17세기 프랑스 작품이지만 오늘날에도 통용되는 보편성을 갖고 있다”며 “사회를 들여다보는 확대경 같은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최 연출은 이어 “당시의 수사적 대사를 현대적 어투로 수정하고, 복식과 무대 스타일에서 고루하지 않게 손질했다”며 “갑갑한 현실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작품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초기 스페인에서 창작된 돈 후안의 이야기들은 주로 방탕한 주인공이 여러 여자를 탐하며 신을 모독하다가 결국 죽은 자에게 벌을 받게 된다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그러나 몰리에르는 보다 입체적인 캐릭터로 동 주앙을 재탄생시켰다. 몰리에르의 동 주앙은 바람기 많은 이미지를 넘어 속박에서 벗어나려는 자유인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나아가 욕망과 마찬가지로 자유도 본능임을 역설한다. 동 주앙은 자신을 “사로잡는 모든 것에 사로잡히고 동시에 그것에 끌려가는” 자유를 ‘천성’으로 간주한다. 그리고 이 천성을 오래 유지시키는 것이 여자라고 말하면서 자신의 이중적 정체성을 거침없이 밝힌다.

결국 동 주앙은 결혼 같은 사회제도나 종교의 억압, 귀족으로서의 체통 등을 거부하고 파멸을 향해 달려간다. 그는 결투로 사람을 죽이고도 가책을 느끼지 않으며, 교묘한 언변으로 빚쟁이를 따돌리고, 아버지에게 도전하며 여자들과 가문을 농락한다. 즉 동 주앙은 모든 규범을 거부하는 자유로운 영혼을 추구하지만 그를 기다리는 것은 죽음뿐이다. 동 주앙은 지옥으로 떨어진다. 하지만 단지 무(無)로 돌아갈 뿐 신이 원하는 존재로 바뀌지는 않는다. 동 주앙 스스로 밝히듯이 그는 끝까지 ‘굴복하지 않는’ 인간 본능의 화신을 상징하는 것이다. 1644-2003

김영번기자 zero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