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절 질환을 앓는 노인 10명 중 8명이 당뇨병, 고혈압 등 만성 질환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관절 통증으로 운동량이 부족하거나 복용하는 관절치료제들이 만성 질환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따라서 전문의들은 관절염을 우선적으로 치료해 일상생활 능력을 향상시킨 뒤 만성 질환 관리와 예방에 나서야 한다고 권고한다.

관절 전문 힘찬병원은 지난해 1년 동안 인공관절 수술을 받은 70대 이상 관절염 환자 758명을 조사한 결과 633명(84%)이 당뇨, 고혈압, 심장 질환 등 1가지 이상의 만성 질환을 앓고 있었다고 최근 밝혔다. 417명(55%)은 2개 이상의 만성 질환이 있었고, 만성 질환이 없는 사람은 16.5%에 불과했다.

관절염 환자들이 갖고 있는 만성 질환 가운데 고혈압이 502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위장관 질환 200명, 당뇨병 190명, 심장 및 뇌혈관 질환 185명 등의 순이었다. 만성 질환 중복 보유자 중에는 ‘고혈압-당뇨’가 27%로 가장 많았고, 3개 보유자 중에는 ‘고혈압-당뇨-심장 및 뇌혈관 질환’이 17%로 높게 나타났다. 조사 대상은 남성 88명, 여성 670명이었고, 평균 연령은 74.4세였다. 특히 노인 관절염 환자의 만성 질환 유병률은 2008년 국민건강통계에 따른 70대 이상 일반 노인의 고혈압·당뇨병 유병률(각 56.8%, 19.2%)보다 각각 9.4%포인트, 5.9%포인트 높았다.

관절염은 제대로 관리되지 않으면 만성 질환 증세를 악화시키는 촉매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관절염 환자들이 주로 복용하는 진통제나 염증 억제용 스테로이드제제는 신장 기능과 혈압, 혈당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 관절염 환자들은 운동 능력 저하에 따른 체중 증가로 혈당과 혈압 관리가 부실해질 우려가 있다. 따라서 다른 만성 질환이 악화되기 전에 관절염을 완치해야 한다는 게 전문의들의 지적이다. 이수찬 힘찬병원 대표원장은 “관절 통증을 조기에 해결하면 활동량이 늘어나 일상생활 수행 능력이 좋아져 만성 질환 관리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특히 만성 질환이 있는 관절염 환자는 여러 약을 동시에 복용하기 때문에 외래 진료에 올 때는 반드시 자신이 복용하는 약을 전부 가져와 투약 지도와 함께 체계적인 약물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만성 질환자의 관절 수술 및 치료는 현재의 기술로 큰 문제는 없다. 다만 인공관절 수술의 경우 90세 이상 고령이거나 식후 2시간 뒤 혈당이 200㎎/dl 이상인 고혈당 상태 또는 수축기 140㎜Hg, 이완기 90㎜Hg 이상인 고혈압의 경우에는 전문의의 세심한 판단이 필요하다.

김충남기자 utopian2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