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연초 대화 공세 속에 8일 개최된 남북 군사실무회담에서는 북한의 ‘3·26 천안함 침몰 사건’, ‘11·23 연평도 포격 도발’에 대한 ‘책임있는 조치’를 의제화하는 문제를 놓고 남북 간 기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된 것으로 알려졌다.

남측도 실무회담에서 ‘사과’를 곧바로 요구하지는 않는 등 한 발 물러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북한이 쉽게 사과 등 입장을 표명할 가능성이 낮다는 회의론적 시각이 적지 않고, 정부가 물밑접촉 등을 통해서라도 북한의 사과 표명을 적극적으로 끌어내야 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통일부·국방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판문점 남측지역인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 군사실무회담에서는 주로 고위급 군사회담 일정, 의제, 형식 등이 논의됐다. 회담에는 북측 리선권 대좌(대령급) 등 3명, 남측 문상균 대령(국방부 북한정책과장) 등 3명이 참석했다.

회담의 핵심은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도발에 대한 ‘책임있는 조치’ 및 ‘재발방지’ 약속이다. 남측은 이 부분을 ‘천안함·연평도 책임 문제에 대해 입장을 밝히는 문제’ 등으로 가능한 한 구체적으로 의제화하기를 원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본회담 시기는 유연하게 생각하고 있고, 본질은 의제”라면서 “중요한 것은 북한이 본회담에 나와서 우리가 기대하는 책임있는 조치를 할 수 있도록 의제를 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를 위해 기존 입장도 다소 누그러뜨렸다. 지난 1월말 “군사 예비회담에서 북한이 두 차례 도발에 대한 책임있는 태도를 보이지 않을 경우, 본회담과 6자회담은 재개될 수 없다”에서 이날 “실무회담에서 사과하라, 말라 이런 것은 논의하지 않는다”라고 밝힌 청와대 고위 관계자 발언에서도 미묘한 변화가 감지된다. 고위급 회담 참석자에 대해서도 정부 관계자는 “북한군 대장 정도는 돼야겠지만, 꼭 누구가 참석해야 된다는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확실히 ‘대화’ 쪽으로 한 클릭 이동한 셈이다.

문제는 북측이 남측이 원하는 수준을 어느 정도까지 받아주느냐에 달려있다. 다수 전문가들은 북한이 과거 전례로 볼 때 사과 등의 입장 표명을 할 가능성이 낮다고 본다. 국가정보원 등을 활용한 물밑접촉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문도 끊이지 않고 있다.

남북관계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남북 간에 의미없는 접촉만 있는 현재 상황에서 북한의 사과를 끌어내는 것은 쉽지 않다”면서 “북한에 사과를 받아내려면 부처 간에 의견일치를 보고, 물밑접촉 등과 같은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보영기자 boyoung2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