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북한과 식량지원관련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미 행정부에서 대북인도주의 문제를 담당하는 로버트 킹 미국 국무부 북한인권특사가 8일 방한, 정부당국자들과 연쇄 접촉에 나서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킹 특사는 이번 방한에서 외교통상부와 통일부 핵심인사들을 두루 면담하는데, 정부 당국자들은 킹 특사가 이번 방한에서 미국의 대북식량지원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는 보지 않고 있다. 다만 북한의 인도적 상황을 점검하는 가운데 식량상황 문제에 대한 상호 점검이 있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 관측이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과 ‘미국의 소리’ 방송에 따르면 북한은 부족한 식량을 확보하기 위해 세계식량계획(WFP) 등 국제기구에 북한 내 식량상황을 조사해 달라고 요청한 데 이어 미국측에도 식량지원을 요청했으며 북·미 간에 식량지원에 따른 분배투명성 강화문제가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8일 “미국이 인도적 차원의 대북식량지원 재개에 대한 계획을 현재 갖고 있지 않은 상태”라면서 “킹 특사는 인도적 문제 전반을 관장하기 때문에 미국의 구체적인 대북식량지원 문제보다는 북한의 전반적 식량문제가 점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 안팎의 대북전문가들은 북한이 최근 들어 급작스럽게 식량지원 문제를 제기하는 것에 대해 의혹의 눈초리를 보이고 있다. 객관적인 상황이 위기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남성욱 국가안보전략연구소장은 7일 간담회에서 북한식량위기 문제와 관련, “북한은 연간 500만t의 식량이 필요한데 평균 400만t을 생산하면서 부족분을 외부 지원으로 보충해왔다”면서 “북한의 식량생산이 350만t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탈북자들이 느는 등 위기상황으로 가는데, 북한생산량이 그 정도로 떨어진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도 “북한의 식량상황이 어렵기는 하지만 1995년 때처럼 위기 상황은 아니다”면서 “북한이 하루아침에 갑자기 식량이 부족하다고 하니까 다른 나라들도 좀 의아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객관적으로 식량위기 상황이 아닌데 식량이 부족하다고 ‘엄살’을 부리는 것은 딴 이유가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내년 강성대국 진입을 앞두고 곡식 창고를 채우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게 당국자들의 관측이다.

이미숙기자 muse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