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유례없는 구제역 피해를 본 축산농민들이 재기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들이 적지 않다. 구제역이 공식 종식돼도 가축을 재사육하고 시장에 출하하기까지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이 과정에서 정부당국의 적극적인 뒷받침이 이뤄져야 한다.

구제역 발생지역에서는 엄격한 절차를 거친 뒤에야 재사육이 가능하다. 구제역 발생(양성)농장에서 재사육을 하려면 이동 제한 해제일로부터 30일이 지난 뒤 60일간의 시험사육을 거쳐야 한다. 시험사육에서 이상이 발생하지 않을 경우에만 정상적인 재사육을 할 수 있다. 또 구제역 발생농장 반경 500m 이내 농장은 발생농장의 재사육 가축에 이상이 없다는 것이 입증된 뒤 가축을 키울 수 있다.

이들 농장에서는 가축위생시험소의 임상검사(예찰) 및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의 정밀검사를 통과한 ‘안전한’ 가축만 사육할 수 있다. 또한 구제역 등 질병 재발을 막기 위해 축사는 물론, 농장 주변에 철저한 소독이 이뤄진다.

재사육되는 가축의 연령은 소의 경우 보통 생후 5~6개월 된 송아지, 돼지는 생후 50~60일(30㎏) 정도 된 것들이다. 소는 28~32개월 정도, 돼지는 150~160일(110㎏) 정도 키운 뒤 시장에 출하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구제역 피해 축산농가의 재기를 돕기 위해 매몰처리보상금(살처분 보상금), 생계안정자금, 가축시험사육자금, 경영안정자금 등 다양한 보상 및 대책을 마련해 놓았다. 살처분 보상금은 시세에 따라 100% 보상을 받을 수 있고, 생계안정자금은 매몰 가축 수에 따라 최대 1400만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낙농가에는 생계안정자금 대신 6개월치 원유 판매 순수익금을 지원하고 있다. 시험사육자금은 실제 가축 수와 산지가격에 따라 연리 3%, 2년 거치 3년 상환으로 전액 융자를 받을 수 있다.

김기석(수의학) 경북대 교수는 “이번 구제역 피해가 워낙 광범위하고 크기 때문에 축산농가가 정상화하기까지는 소의 경우 4~5년, 돼지는 2년 정도가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박천학기자 kobbl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