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지에서 맞이하는 설이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처럼 낯설기만 하네요. 이제 곧 꽃게철인데 얼른 연평도 앞바다에 나가 꽃게도 잡고 예전처럼 활기찬 생활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지난해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로 쫓겨나듯 섬을 빠져나온 연평도 주민 대다수는 여전히 고향 땅을 밟지 못한 채 인천시에서 마련한 경기 김포 양곡지구의 임시아파트에서 공동으로 생활하며 설 맞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두 달 넘게 이곳 아파트에 머물고 있는 박성익(44)씨는 “새해가 되면 마을 어르신들에게 세배도 드리고 같이 설 차례상 준비도 했는데 올해는 그러지 못하고 있다”며 “연평도로 얼른 돌아가 쓰러진 건물을 다시 일으키고 마을 사람들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새해 소망을 밝혔다.

30일 옹진군청에 따르면 1700여명의 전체 연평도 주민 중 1000여명의 주민이 연평도를 떠나 이곳에서 새해를 맞이하고 있다. 이곳에서 거주하고 있는 대부분의 연평도 주민들은 “하루라도 빨리 연평도 땅을 밟고 싶다”며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호소하고 있다.

시집온 뒤 한 번도 연평도를 벗어나 본 적이 없었다는 이모(70) 할머니는 “지난해 북의 포격 도발로 집터가 완전히 무너져 마땅히 돌아갈 곳이 없는 상태”라며 “성묘도 하고 차례상도 준비하려면 하루라도 빨리 돌아가야 하는데…”라며 말끝을 잇지 못했다.

20년 넘게 연평도에서 꽃게잡이를 하고 있다는 주민 이원곤(44)씨는 “북의 포격 도발 이후 ‘왜 연평도에 사느냐’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곳은 우리가 나고 자란 삶의 터전”이라며 “새해에는 평화로운 한 해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노기섭기자 mac4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