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쏟아낸 ‘과잉복지’ 정책에 대해 비판이 제기되는 가장 큰 근거는 재원조달의 문제다. 국가재정상태, 조세제도, 미래세대의 부담 등을 고려한 복지정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표얻기’ 경쟁을 벌이고 있는 정치권의 대결구도에서 설익은 선심성 복지공약이 제어되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면 정치권의 복지정책이 포퓰리즘의 악순환에서 벗어나 합리적인 정책경쟁으로 유도할 방법은 없는 것일까.

여야 내부에선 일단 ‘자체 검증’의 흐름이 형성되고 있다. ‘무상복지’ 시리즈로 불을 지른 민주당에선 관료·전문가 출신 의원들이 당론결정 과정에서 제동을 건 이후 이들까지 참여한 태스크포스(TF)가 구성돼 보완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여기에 강봉균, 김효석, 최인기, 변재일 의원 등이 조만간 민주당의 ‘보편적 복지’ 정책의 실현가능성과 재원대책 등을 검증하자는 차원에서 20~30명이 참여하는 의원모임을 구성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 김효석 의원은 “무상 급식·의료·보육과 대학생 등록금 반값의 ‘3+1’을 원안대로 수행하려고 한다면 재정 구조 개혁만으로 감당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생각된다”며 “이런 문제를 논의해 보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나라당도 정책위원회 산하에 ‘지속 가능한 복지 TF’를 구성해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여야의 복지정책에 대한 ‘국민검증’을 제안하고 있다. 당 정책 입안 과정에서 외부 전문가들을 참여시키고, 당론 채택 이전에 여론 공론화를 거치라는 주문이다.

사공진(보건경제학) 한양대 교수는 “정치권이 ‘무상의료’와 같은 정책을 내놓은 것은 나랏돈이 자기 돈이 아니어서 그런 경향이 있는 것 같다”면서 “그런 정책이 시행될 경우, 국민들에게 정확한 비용과 부담이 늘어나는 부분에 대해서도 정확하게 공개하고 국민들에게 검증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무상의료’라는 것이 결국 보험료나 세금이라는 재정으로 부담할 수밖에 없는데도, 정당들이 재정에 대한 대책도 없이 무책임하게 매력적인 것의 유혹에 빠지고 있다”면서 “국민동의도 받지 않고 무상의료 정책을 내놓는 것을 더 이상 용납해선 안 된다”고 단언했다. 그는 “정당들이 정책을 내놓을 때 토론회나 공청회 등을 통해 솔직한 내용과 예측을 충분히 알려줘야 한다”면서 “그래야 정책 신뢰도와 함께 정치에 대한 신뢰도 살아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진권(경제학) 아주대 교수도 “복지정책을 둘러싼 정치권의 논쟁은 수요와 공급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면서 “‘복지 포퓰리즘’이 수요자에게 먹히기 때문에 정당들이 경쟁적으로 복지상품을 내놓은 것”이라고 진단했다.

현 교수는 “사실상 유권자들은 복지관련 정치 상품에 대해서 종국에 자기에게 돌아오는 폐해가 적기 때문에 무관심할 수 있다”면서 “수요자가 정당들의 정책을 꼼꼼히 따지는 현명함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승훈·신선종기자 oshu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