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유럽 재정위기를 계기로 이른바 ‘노르딕(북유럽) 복지모델’이 새삼 관심을 모으고 있다.

남유럽을 비롯해 영국, 프랑스, 독일 등에서는 정부가 재정위기로 혹독한 긴축재정을 도입하며 복지 관련 예산을 감축하고 연금개혁에 박차를 가해 사회갈등이 폭발하고 있다.

반면 ‘복지국가’의 선두주자로 꼽히는 핀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등 북유럽 국가들에서는 정작 재정건전성을 위해 복지예산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지 않고 있다. 이미 90년대 중반 재정개혁을 통해 복지 관련 비용의 거품을 거둬냈고, 국가가 책임지고 있던 복지의 상당부분을 기업 등 민간에 넘겼으며, 높은 세율로 안정적인 재원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는 지난해 ‘노르딕 복지국가 모델’의 성공을 분석한 보고서에서 70년대식 북유럽 국가들이 ‘도그마적 복지 정책’을 취했다면 지금은 국가주도의 포괄적 복지 정책을 중심으로 하되 민간의 역할을 과거보다 높이고, 자유시장경제 시스템을 보장하면서도 세금을 통해 조성한 재원으로 실업 등 사회적 불안요소를 흡수하는 보다 ‘현대적인 사회보장 모델’을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스칸디나비아 반도 3국은 1980년대 금융자유화와 누적된 복지부담으로 90년대 금융 및 재정위기에 직면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처럼 대형은행들의 줄도산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각국은 아동수당, 가정양육수당 등 복지관련 지출을 줄였다.

여기에 고령화에 따른 인구 구성의 변화는 연금제도개혁의 배경이 됐다. 스웨덴은 연금기금의 수급 불균형 해소를 위해 연금 가입자의 소득, 예상 수명, 납입 기간의 경제 성장률 등에 따라 금액을 조정하는 명목확정기여연금(NDC)제도를 도입해 성공적으로 운영해 오고 있다.

이처럼 발 빠른 복지개혁에도 불구하고, 북유럽국가들은 ‘세금을 많이 거둬서 가능한 많은 국민들에게 복지를 제공하는 정책’을 여전히 계속해오고 있다. 핀란드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조세수입률은 2008년 현재 42.8%이며 덴마크 48.3%, 스웨덴 47.1%를 기록하고 있다. 반면 한국의 조세수입률은 같은 기간 26.6%를 나타냈다.

오애리 선임기자 aer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