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스페인, 포르투갈, 이탈리아 등 남유럽 국가들이 재정위기에 휘청이고 있다. 방만한 복지, 연금정책이 주범으로 지목되면서 정부는 관련 지출을 대폭 줄이는 혹독한 긴축정책을 서둘러 도입하고 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위기의 진앙지가 된 그리스 경제파탄의 원인으로는 ▲무절제한 외채도입 정책 ▲방만한 재정지출 ▲과다한소비문화 ▲고질적인 사회갈등 및 정치적 불안정 등이 꼽히고 있다. 특히 그리스에서는 지난 10년간 공공부문 임금이 배 이상으로 인상됐으며, 중산층의 탈세는 사실상 ‘관행’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연금제도는 세계에서 가장 관용적이어서, 최소 15년만 적립해도 연금 수령이 가능하며 1인당 급여 실수령액의 평균 95% 수준을 지급받는다. 국가연금은 무려 13개 종류나 되며, 연금수령 개시연령도 61세로 유럽연합(EU) 에서 가장 빠른 편이다.

그리스를 비롯한 남유럽 재정위기의 근본적 원인은 복지 그 자체보다는 열악한 정치에 있다. 선거 때 표를 얻기 위한 포퓰리즘이 방만한 복지정책의 악순환을 초래했고, 그로 인해 국가재정이 심각하게 악화됐다. 우파냐 좌파의 구분 없이 선심성 공약을 쏟아낸 것. 아시나 그레타 그리스 노동사회보장부 사무차관은 지난해 10월 문화일보 기자와 인터뷰에서 현재의 재정위기가 장기간 계속된 무분별하고 무능한 정치에서 비롯됐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국민들도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 그동안 덮어두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 2004년부터 2009년까지 집권한 그리스의 중도우파 신민주당은 선거 때마다 수많은 이익집단의 지지를 얻기 위해 각종 산업 및 농업 보조금, 고용보호 등 경제적 편익을 제공했고, 지역 유권자들에게 고용이 보장되는 공공부문 일자리를 나눠주기까지 했던 것으로 알려져있다

따라서 남유럽 국가들이 경제를 다시 활성화하고 사회안정을 되찾기 위해서는 복지정책의 합리적인 개선뿐만 아니라 정치에 대한 신뢰회복, 탈세 근절 등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오애리 선임기자 aer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