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복지 이슈를 선점하기 위해 미비한 복지정책들을 쏟아내는 데 대해 전문가들은 “단기적인 이익에 몰두하다 장기적으로 국가운영을 위험에 빠뜨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훈(정치학) 중앙대 교수는 19일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정권교체가 일반화되는 민주주의 단계에서 자꾸 정부 예산 규모가 커지는 현상이 일어난다”면서 “이는 서유럽 국가들이 1960∼1970년대에 반복했던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여야의 ‘과잉복지’ 정책 남발과 관련해 “정권재창출을 추구하는 쪽이 100을 내놓으면 정권교체를 노리는 쪽은 110을 약속하고, 다시 상대방이 120을 약속하면 결국에는 130이 되고 마는 것”이라며 “정당들이 이런 단기적인 이익에 몰두하고 경쟁적으로 복지정책을 내놓으면 그로 인해 국민부담만 늘고 결국에는 경제적으로 지탱하지 못하는 상황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현진권(경제학) 아주대 교수는 “정책을 내놓은 공급자인 정당과 이를 보고 구매 여부를 판단하는 수요자인 유권자가 있는 정치 시장의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면서 “정당은 수요자의 구미를 당기게 할 감각적인 상품을 내놓고 싶어 하는 것이 과잉복지가 나타나는 이유”라고 진단했다. 이런 까닭에 ‘무상복지’시리즈를 내놓은 민주당이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을 받아도 내부적으로는 복지 이슈 선점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많은 것이다.

그렇다면 정당들의 복지경쟁 과열을 제어할 방법은 없을까. 전문가들은 정당들의 합리적인 정책경쟁을 견인할 유권자들의 ‘밝은 눈’을 강조했다. 장 교수는 “유권자들이 정당 정책이나 공약을 단기적인 관점에서 자신에게 돌아올 이익을 따지지 말고, 장기적으로 국가 정책으로서의 타당성을 따져보는 인식변화가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현 교수도 “정당들의 대중 인기에 영합하려는 정책 남발을 제어하려면 본질적으로 유권자의 선택이 중요하다”면서 “미국에서는 대중 인기를 노린 정책에 유권자들이 현혹되지 않는 것을 알기 때문에 포퓰리즘이라고 분류할 만한 정책들이 나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오승훈기자 oshu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