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과학벨트)의 충청권 유치 공약 앞에서 또 다시 혼란에 휩싸였다. 당초 안상수 대표는 과학벨트 관련 여론수렴 등을 겸해 오는 19일 당 최고위원회의를 대전에서 열려 했지만, 과학벨트 입지 선정을 겨냥한 당 안팎의 이견으로 ‘대전 회의’는 잠정 연기됐다. 한나라당이 지난 대선 공약사항이었던 과학벨트 충청 유치 의견을 강력 피력하는 반면, 정부는 입지선정에 대해 ‘합당한 절차를 밟아서 결정할 것’이란 원론적 입장을 밝히는 것으로 선을 긋고 있기 때문이다. 과학벨트 문제가 당정갈등의 또 다른 불씨가 되려는 듯 당내에선 거센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친박(친박근혜)계인 서병수 최고위원은 18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대전회의가 연기된 것과 관련해 “완전 ‘자충수’”라며 “이번 대전회의는 이미 지역에 고지가 된 사실인데 이제 와서 취소하면 충청도에서 무슨 생각을 하겠나”라고 반발했다. 실제로 당내에선 회의 일정 연기가 ‘충청도 표심’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란 우려가 나왔다.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선 ‘대전 회의 전에 (과학벨트 충청 유치와 관련)당정 간 조율이 필요하다(홍준표 최고위원)’는 문제제기가 있었고, 이후 당정 조율 결과 ‘연기(27일 고위당정회의 이후)’가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정두언 최고위원도 “정부 허락을 받고 당 회의를 해야 하느냐”며 “(과학벨트 입지를)정부가 결정하더라도 당은 충청권 유치를 촉구하면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성효(충청권 지명직) 최고위원은 “과정상 확실하게 당정 조율을 거치는 게 필요하다는 점은 이해한다”며 “과학벨트 충청권 유치를 나경원, 정두언, 서병수 최고위원 등 당 지도부에서도 적극 동조해줘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전회의 연기 결정을 두고 당내에선 안 대표의 리더십 논란도 이는 분위기다.

한편 정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과학비즈니스벨트, 어디로 가야 하나’란 주제의 전문가 토론회를 개최, “세종시에 과학벨트를 유치할 경우 자족기능을 확보하고 대덕연구개발특구와 오송생명과학단지가 자연스럽게 연계됨으로써 과학기술의 메카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민진기자 waytogo@munhwa.com